김조년한남대 명예교수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얼마나한 피해를 남기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상황에 대한 뉴스를 만나면서 슬픈 생각을 한 적이 얼마던가? 세계 여러 곳을 통하여 들어오는 전쟁물자들이 동원되지만 상식에 맞게 전쟁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상항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암담하기 그지없다. 그런 상황인데, 우리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수도 없이 많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정보당국이나 전문가들이 판단하기를 핵실험을 다시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와 함께 후보시절 선제공격을 말하던 대통령이 다시 뜬금없이 미국의 전술핵을 우리 땅에 배치할 것을 말하였다는 또 다른 보도를 만나면서 슬픔이 일어난다. 필자는 북쪽이 끝없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확장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에 대응하기 위하여 남쪽에 핵무기를 배치한다거나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는 것 역시 지극히 상식을 넘는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 땅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대정권들은 우리 땅에서 전쟁이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독재정권이든 민주화정권이든 이 문제에 대한 노력은 한결같았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2년 박정희와 김일성의 확인에 의해 나온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년 노태우와 김일성을 대신하여 양측 총리들 사이에 합의되어 발표된 ‘남북 기본합의서’, 1994년 김일성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김영삼-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2000년 6월 김대중 정권 시절 평양에서 양쪽 정상 김대중-김정일이 직접 만나 이루어진 6ㆍ15 ‘남북공동선언’, 노무현 정권 시절 판문점을 육로로 통과하여 평양에서 양측 정상 노무현-김정일이 만나 이룬 ‘2007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문재인 정권 시절 판문점과 평양에서 문재인-김정은이 세 번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만나 합의한 사항들은 한결 같이 한반도의 평화와 상호협력과 발전을 약속하는 것들이었다. 그 결과 금강산 관광이 가능하게 되었고, 개성공단이 세워졌으며, 이산가족들 상봉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고, 남북한 학자들, 종교인들, 문화인들, 체육인들, 경제인들이 여러 차례 오고갔다. 상당한 부분은 상호협력의 차원으로 진전이 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남북 사이에는 냉전이 끊임없이 진전되면서 이런 합의들은 실천되지 않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맥이 끊어지지 않고 내려온 흐름과 전통은 평화체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기본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슬프고 안타깝게도 간단한 결단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기본합의들이 폐기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맥락이다. 그런데 현정권이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상황이 길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긴장되면서 남북한 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계속하여 적대시하고, 남한 정권이 북한에 대한 어떤 무력대응을 시사할 때, 북쪽은 또 다시 핵방어에서 핵공격 가능성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결정하였다. 이에 상응하는 것으로 남한 정권에서는 더 강력한 무력증강과 전술핵배치 문제를 공개하여 논의한다. 강과 강의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제까지는 냉전상황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전쟁가능상황으로 전환된 모습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 누가 과연 우리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좋다고 생각하고 믿고 지지할까?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일단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발설한 선제타격론을 공식으로 철회하고 부드럽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공약도 아니라, 혹시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데서 발설한 개인 생각이었다고 본다. 설령 그것을 통하여 지지를 받았다 할지라도 먼저 공격하거나 전쟁이 일어나게 할 소지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 다음에 역대 정권에서 추진해 온 남북간에 합의된 차원의 대북노선을 세밀히 검토하고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 북쪽은 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발언으로 전혀 만날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지만, 전환된 의견과 자세로 진지하게 나가면 빠른 시간 안에 설득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일본은 언제나 상황이 바뀌면 북한과 만나서 격을 깨는 놀라운 것을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니까 남쪽을 빼고 직접 북미회담이나 북일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에 사는 한 쪽은 전혀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

북쪽을 향하여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였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없다. 그러니 새로운 무엇을 내어놓을 것이 아니라, 이미 전 역대정권에서 북쪽과 합의한 것을 하나하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면 역대 정권들이 쌓아놓은 공은 현 정권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나는 본다. 자세한 것은 지면에서 말할 수 없지만, 아주 진지하게 정성스럽게 교만하지 않게 그 합의 사항들 중 할 수 있는 것부터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누가 무어라 해도 우리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없어야 한다. 정치는 꽤나 많은 부분 쇼로 진행되지만, 그 쇼가 진지할 때 언제나 역사를 바꾸었다. ‘쇼 하지 말라’는 그 말 역시 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역사의 방향이 평화로 가는 쇼를 통한 진정한 역사전환이 이루어지는 쇼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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