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안에서 근본적 변화 경험한 헨리 나우웬
“고독이 공동체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까닭은 고독 속에서 우리가 서로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헨리 나우웬
 헨리 나우웬

“헨리 나우웬은 공동체를 추구하는 일에 일관되게 헌신했으며, 그 내용도 점점 더 구체적인 현실로 옮겨갔다… 그에게 공동체란 결코 주로 추상적 개념이나 이론이나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고 발행인과 엮은이는 증언한다. 헨리 나우웬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근본적 변화”를 공동체 안에서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쌓아 온 경력이나 쓴 책들을 떠나 순전히 그 사람 자체로만 받아들여지고 사랑받은 그곳에서, 그는 비로소 치유받았다고 말한다.

‘공동체’, 우리의 교회공동체에서 신자들이 빠져나가는 이유를 그저 먹고살기 좋아진 풍요와 힘들고 어려운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요즘 세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이 없을 것이다. 그 해결의 중심방안에 ‘교회 공동체’에서 한참 벗어난 것을 되돌리려 할 때 이 책 내용은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몸담은 다양한 공동체는 서로 돌보며 즐거워하는 곳인가? 우리의 상처와 약점을 드러내는 자리인가? 죄와 깨어진 모습을 고백하는 안전한 장인가? 용서받고 용서를 베푸는 사랑의 집인가?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분열로 몸살을 앓는 이 시대, ‘공동체’를 다룬 헨리 나우웬의 저작과 강연을 짚어 보며, 그의 머리와 가슴을 온통 지배하던 ‘공동체 영성’이 무엇인지 말한다. 우리를 하나님의 크고 신비로운 선물, 더불어 사는 삶으로 초대한다. 깨어진 인생들이 모여 열매를 맺는 놀라운 현장을 소개하고, 서로의 연약함을 부둥켜안으며 찢기고 분열된 ‘그리스도의 몸’을 다시 세우라고 힘주어 권면한다.

 헨리 나우웬 지음/두란노
 헨리 나우웬 지음/두란노

온라인 상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만 익숙해져 사람과 서로 부대끼는 법을 알 길 없는 세대에 참다운 성경적 관계법이 무엇인지 나우웬은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제시한다. 

△아무리 내달려도 삶에 열매가 없다면 △마음, 혼자서는 가꿀 수 없다 △넘쳐 나는 임무들, ‘고독’은 사치인가 △가난함을 서로 나누는 자리에 기쁨과 복도 있다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몸’만이 세상을 화평하게 △서로에게 부서진 흙이 될 때 거기서 생명이 움튼다 △작고 미미해도, 십자가의 길로 담대히 움직일 때 △많은 사람과 부대끼는데도 외로움이 덮칠 때가 있다 △너와 내가 ‘같은 존재’임을 기뻐하는 것이 힘이다 △매일의 여정, ‘굳은 마음’에서 ‘부드러운 마음’으로 등 10개로 나누어 ‘공동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이미 알려진 글도 있고, 처음에 선보이는 글도 다섯 편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깨어진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그들에게서 생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의 깨어진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란 서로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그 상태 그대로 우리는 서로 용서하고 다른 지체의 은사를 경축할 수 있다.”

이런 글을 대하다 보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조금은 더 힘들고, 조금은 더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이 더욱 일상이 되어 ‘말 못하는 고독감’으로 허덕이고 있다면 이런 나우웬의 글은 어떨까.

“고독이 공동체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까닭은 고독 속에서 우리가 서로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서로 직접 교류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혼자 기도하거나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냥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도, 사실 우리는 공동체의 성장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다. …몸으로 함께 있을 때는 어렵거나 불가능한 방식으로 우리는 고독 속에서 서로를 발견한다. 거기서 깨닫는 상호 연대는 말이나 몸짓이나 행동에 의존하지 않으며, 우리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끈끈하다.”

나우웬은 ‘기도’를 ‘저항 행위’라며 중요성을 강조한다. 욕구에서 비롯된 무섭고 집요한 집착에 저항하는 것이 기도란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 안에 여태 깨닫지 못한 아주 강하고 깊은 사랑의 위력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리하여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불안과 분노와 혼란이 극심한 이때일수록, 과감히 거기에 저항하며 침묵 속에 앉아 기다리고 경청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면에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 시편과 예언서와 복음서의 본문을 묵상하라. 말씀이 서서히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게 하라. 그러면 내면에 주시는 평안의 위력을 경험할 수 있다. 막상 나가서 활동할 때도, 그 활동은 당신의 사무친 욕구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느끼는 풍성한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가 된다.”

외로운 시대를 충만하게 사는 예수의 방식은 그런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이 공동체라고 나우웬은 말하면서 서로의 연약함을 부둥켜안으며 찢기고 분열된 ‘그리스도의 몸’을 다시 세우라고 말한다.

팬데믹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으며 많은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삶’의 근본적 부재를 경험하는 이때, 인간에게 꼭 필요한 공동체에 관한 나우웬의 말과 통찰은 이 시대를 향한 긴급한 부르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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