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제를 했는데, 경고음이 들린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당황했다. 점심때 결제하지 않고 그냥
서점을 나간 것에 대한 복수인가?”

얼마 전 점심때 합정역 교보문고에 갔다. 문태준 시인의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와 산문집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를 구입했다. 그러고 나서 직원에게 내가 찾는 또 다른 책을 문의하니 직원은 그 책은 창고에 있다면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을 구경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직원은 내가 찾는 책을 건네주었다. 나는 그 책을 살펴보고 나서, 직원에게 다시 그 책을 건네고, 서점을 나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후 늦게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점심때 구입한 책 2권의 카드 사용 내역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카드로 책값을 결제한 것은 분명한데, 문자 메시지에 결제 내역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결제했는지 의심이 들었다. 만약 내가 교보문고에서 결제하지 않고 출구를 통과했다면, 분명 ‘삐익’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출구를 통과하면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구나 ‘삐익’ 소리가 났다면,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 서점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을 것이다.

다시 생각을 점심때로 되돌려보자. 나는 책값을 결제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그전에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는 서가에 꽂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아침은 생각한다』는 아직 판매대나 서가에 없어 직원에게 문의하니 직원은 오늘 책이 들어왔는지 파란 박스에서 시집을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찾는 또 다른 책을 검색하니 ‘직원에게 문의하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카운터에 가서 그 책을 문의하니, 카운터 직원은 나에게 시집을 찾아준 직원을 가리키며 그 직원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이때 내가 카운터에서 결제를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깜박 잊고 결제하지 않고 서점을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출구에서 ‘삐익’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책 안에 스티커를 붙여 결제가 되지 않은 책을 가지고 나가면 출구에서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나는 퇴근 후 곧바로 합정역 교보문고에 가서 점심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책 2권에 대해 결제를 했다. 스마트폰에도 문자 메시지로 카드 사용 내역이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책을 들고 출구를 통과하는 순간 ‘삐익’ 소리가 들렸다. 내가 결제를 했는데, 경고음이 들린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당황했다. 점심때 결제하지 않고 그냥 서점을 나간 것에 대한 복수인가? 내가 출구 근처에 있던 직원에게 문의하자, 그는 카운터에 가서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출구를 나가도 된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 인물과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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