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목회자가 참 복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복음을 제대로 안다면 결코 물질을 매개로 축복과 저주의 말을 할 수 없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다른 교회에 다니던 권사 한 분이 최근에 필자가 담임한 교회에 등록했다. 등록하게 된 사연을 말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여 주위에서 듣고 있던 성도들이 한바탕 박장대소했다. 어느 교회에 등록했는데, 담임 목사가 권사로 임명할 테니 이백만 원을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낼 돈도 없을 뿐 아니라 돈을 내고 권사가 되면 나중에 하나님 앞에 갔을 때 권사를 돈 주고 샀다고 책망 받을 것이 아니냐, 그러니 나는 권사가 되지 않겠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 교회 담임 목사는 돈이 부족하여 그러는 줄 알고, 그러면 오십만 원을 깎아줄 테니 백 오십만 원만 내라고 했다는 웃픈 이야기다.

이 교회 담임 목사는 권사 직분 값을 흥정한 것이다. 이 상황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될 뿐 아니라 분노마저 치민다. 직분 자를 세울 때 교회가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는 말이 회자 된 게 한두 해 전이 아니다. 수십 년 전에도 서울의 초대형 교회에서 안수 집사 되려면 삼천만 원, 장로가 되려면 오천만 원 이상의 돈을 내야 한다는 말을 당시 임직자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근래에도 이런 병폐로 인해 잡음이 들리는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직분 값을 깎아주겠다며 거래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한국 교회가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하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 교회의 이런 현실은 중세교회의 성직 매매와 무엇이 다를까? 중세교회의 본질적 문제는 참 복음의 실종이었다. 은혜의 복음은 사라지고 인간의 공로를 통해 구원받고 복을 받는다는 논리가 지배했다. 그 공로를 쌓는 수단이 돈이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돈을 받고 면죄부까지 팔아 하나님을 우습게 만들었다. 종교 기득권층에서는 이렇게 긁어모은 돈으로 축재하였고 온갖 비리와 불의한 일을 자행했다. 부패한 중세교회의 실태가 오늘의 한국 교회와 닮아도 너무 많이 닮았다는 비판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 때문에 교회 개혁을 부르짖는 개인과 그룹들이 적지 않게 활동하고 있지만 요원해 보인다.

한국 교회 개혁의 문제를 꼽으라면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돈 문제일 것이다. 돈 없는 사람은 교회에 다니기 어렵다는 말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교회 가면 늘 듣는 말이 돈 내라는 이야기라며 교회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는 교인들도 많이 만나 봤다. 교인이 돈을 사랑하여 인색한 나머지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도 문제지만, 목회자가 돈을 사랑하여 늘 돈 얘기를 한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회도 돈이 있어야 운영할 수 있고, 목회자도 돈이 있어야 사는 게 현실이긴 하나, 돈에 매이고 돈을 사랑하게 되면 온갖 부정과 불의를 행할 수밖에 없다. 직분을 놓고 값을 흥정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게 다 돈을 사랑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목회자가 돈에 매이다 보니 매 주일 설교 시간에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게 된다. 교인에게 참 생명의 복음을 전해주는 대신 돈을 많이 내면 세상에서 복 받고 하나님 나라에 가서는 큰 상을 받는다고 가르치는 목회자가 얼마나 많은가? 이방 종교에서나 볼 법한 논리를 동원하여 순진한 교인들을 현혹하는 게 한국 교회 현실이다. 게다가 목사에게 특별한 축복권과 저주권이 있다는 가르침에 세뇌된 교인들이 목사의 말을 듣지 아니하면 저주받을 것 같은 불안심리에서 돈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뒤에서는 불평하며 힘들어한다.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목회자가 참 복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복음을 제대로 안다면 결코 물질을 매개로 축복과 저주의 말을 할 수 없다. 교회가 정한 직분 값을 내면 직분을 주고, 혹은 흥정하여 할인해서라도 돈을 받아내는 짓을 결단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참 복음을 가르칠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돈 내라는 설교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인 줄 다들 알 텐데(딤전 6:10)…, 

“목사님들, 왜들 그러십니까?”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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