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오래 전 알고 지냈던 장애인 두 분이 만나 결혼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부는 67세,  신랑은 59세의 연상 연하 커플입니다. 

신랑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뇌척수막염으로 장애를 입어 휠체어를 타야했고, 신부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야 생활할 수 있는 상태지만 두 분은 사랑을 싹틔워서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랑은 몸이 더 불편합니다. 혼자서는 옷도 갈아입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그러나 신부가 도와주고 활동 지원사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행히 신랑은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몇 번의 전시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감을 짜 주어야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어야 합니다. 준비되면 힘이 빠져나간 손으로 붓을 잡고 힘들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면서 살아온 믿음의 사람입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것 같아서 자주 만나게 되다 보니 사랑이 싹이 텄다고 합니다.

60대 후반에도 사랑의 마음이 가능할까? 내 질문에 신부가 활짝 웃으며 말합니다. “처음에는 신랑 되시는 분의 고백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는데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마음이 열리더라구요.”

두 분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제가 사역하는 논산에 내려와 주일에 같이 예배를 드리고 논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월요일 시댁이 있는 장흥으로 갔습니다. 우리 차량이 전동휠체어를 두 대 태울 수 있는 차량이라 이들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시댁에 도착하여 인사를 드리고 연세가 많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신부의 시어머니께서는 반갑게 며느리의 두 손을 잡으며 맞이합니다. 항상 혼자 사는 아들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결혼해 주니 고맙다고 연신 말합니다. 아들을 낳을 때는 건강하게 낳았는데 중도에 장애를 입고 사는 아들이 늘 아픈 손가락이었는데 다행히 늦게나마 짝을 만나 이제 안심이라 말합니다.

점심을 형님께서 맛있는 횟집에서 푸짐하게 대접을 해주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논산에 와서 하룻밤을 더 지내고 다음 날 장애인 화요 예배에 참석하여 이들이 특별수송을 올려드렸는데 많은 장애인이 부러운 시선으로 이들 부부를 바라봅니다.

예배를 마치고 장애인들을 집에 모셔다드리고 우리는 8번째 신혼여행 했던 부부를 만나 같이 동해를 향해 출발 했습니다.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로 갔는데 전동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기에 다른 호텔로 모텔로 헤매다가 없어서 강릉에서 겨우 여장을 풀었습니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장애인 객실이 있긴 있는데 그곳 역시 화장실은 전동이 이용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다행히 이동용 변기를 준비해 가지고 온 덕에 침대에서 뒷일을 처리하면서 다니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신혼여행이 주는 기쁨으로 즐겁게 그 일을 담당했습니다.

다음날 커피 거리에서 추워진 날씨에 바람까지 거세진 바다를 바라보며 소리를 지릅니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광경이 일품입니다. 

다시 정동진에 가서 사진을 찍고 썬크루즈에서 쇼핑하고 속초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속초에 도착하여 저녁을 맛있게 먹고 예약한 방으로 와서 쉬고 다음 날 춘천으로 갔습니다. 춘천에서 우리를 대접해 주시겠다는 충인교회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우리를 극진히 대접해 주었습니다. 이종규 목사님과 이기삼 장로님께 감사 또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5박 6일 동안 장애인 부부의 손발이 되어 힘쓰는 일이 많았는데도 피곤함이 덜한 것은 아마도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라서 그런 것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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