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두고 돈을 바치는 자에게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가르치면 하나님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무서운 죄를 짓는 일이다. 말씀 뽑기와 다른 듯 닮은 새해 소원헌금은 복음이 아니다. 더는 하나님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오세준 목사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언제부터인지 많은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 때 “말씀 뽑기”라는 것을 한다. 성경 구절을 적은 쪽지를 통에 넣고 성도들이 뽑는다. 이렇게 뽑은 성경 구절을 하나님이 새해에 주신 말씀으로 여기는 것이다. 송구영신 시즌이 다가와서 그런지 온라인상에도 말씀 뽑기를 조장하는 영상들이 올라와 있고, 여기에 클릭하면 말씀 한 구절이 나타난다. 호기심에서 한 번은 해볼 성도들도 있을 것 같다.

말씀 뽑기가 확산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좋은 취지에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해도, 세상 사람들이 신년 운세를 점치는 기독교적 버전이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혹은 주술적 성격이 짙다고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말씀 한 구절이라도 붙들고 새해를 살면 좋은 게 아니냐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을 보자는 것이다. 

물론 말씀 뽑기 옹호론자들처럼 평소에 전혀 말씀을 등한시하는 교인이 한 구절의 말씀이라도 암송하고 의지하며 살 수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상에서 말씀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뽑은 말씀의 참뜻을 제대로 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경 한 구절만 가지고도 그 의미를 파악하고 깨닫기에 어려움이 없는 말씀이 있다. 하지만 성경 한 구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깨닫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성경을 가까이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성경 한 구절을 이해하려면 앞뒤 문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뿐 아니라, 그 말씀을 기록하게 된 시대적 배경부터 시작하여 알아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뽑은 말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잘 못 알고 믿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뽑은 말씀마다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깨닫도록 해설집을 교회가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니 말씀 뽑기를 간단하게 볼 성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말씀 뽑기에 들어가는 성경 구절의 양이 교회마다 다르겠지만, 삼만 절이 넘는 성경 구절 중에 일부 말씀만 선별하여 뽑기를 한다. 그나마 교인들이 좋아할 입맛에 맞는 말씀을 선별하여 뽑기 통에 넣는다. 이 때문에 특정 말씀에 치우치거나 쏠림 현상을 가져올 수 있어 말씀의 편식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선호하는 말씀과 비선호의 말씀으로 갈리어져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교인들의 신앙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성경적으로 바른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들도 많지만, 무속적인 요소를 떨치지 못하거나 이방 종교의 습성을 벗지 못한 교인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뽑은 말씀을 몸에 지니면 재앙을 막아주거나 귀신을 물리치는 주술적 효능이 있다고 믿어 부적처럼 생각하는 교인들도 있다. 그럴 교인이 어디 있느냐고 하겠지만, 목회 현장에서 이런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말씀 뽑기를 한 후에는 이 말씀대로 복을 받으려면 새해 소원헌금을 바치라고 종용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그래서 헌금 봉투에 새해기도 제목이라는 명분 아래 이른바 새해 소원을 적어서 바치라고 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기복주의 조장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교회에서는 왜 이것이 기복주의 조장이냐며 반발할지 모르나, 재론의 여지없이 기복주의 신앙 형태이다. 만약 하나님이 돈을 받고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하나님은 장사꾼이 아닐 수 없고, 이방 잡신과 뭐가 다르겠는가? 하나님은 영원히 은혜로우신 분으로 가장 큰 복인 구원의 복,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을 값없이 믿는 자에게 주신다. 이런 하나님을 두고 돈을 바치는 자에게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가르치면 하나님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무서운 죄를 짓는 일이다. 말씀 뽑기와 다른 듯 닮은 새해 소원헌금은 복음이 아니다. 더는 하나님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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