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은 곧 오실 그리스도를 준비한 선지자로서,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귀한 선물을 받을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한을 통해 깨닫는 사실은 ‘그리스도는 좋은 열매를 맺고 준비된 사람에게만 선물로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선한목자교회 담임 김명현 목사
선한목자교회 담임 김명현 목사

기성세대는 어렸을 적 퇴근하는 아버지를 문 앞에서 기다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손에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들고 오시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여기서 ‘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은 정말 기성세대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형제자매들과 함께 아버지의 문 여는 소리에 쪼르르 달려 나가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라며 인사했던 것은, 그것이 예의라고 배운 탓도 있지만,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을 선물에 대한 기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그 ‘아버지’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진짜 선물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진심으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이제야, 선물을 들고 나타난 아버지의 사랑과 그 선물에 담긴 깊은 의미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성탄절이다. 그리스도는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인생에 있어서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선물의 가치를 잘 모른다. 그리스도가 손에 들고 오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가 이사야의 예언을 빌어 세례자 요한을 소개(눅3:4-6)한 것을 요약하면 이렇다.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길을 예비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사람.’ 즉 요한은 사람들로 하여금 구원의 선물을 가져오는 그리스도를 맞을 준비를 시키는 사람이다.

구원은 하나님의 아무런 대가 없는 선물이지만, 그것을 가져오는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환영하고, 그분이 진짜 선물인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선물이 될 것이다. 요한은 하나님의 선물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열매’라고 표현한 그것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요한은 세례를 받으러 나오는 무리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닥쳐올 진노를 피하라고 일러주더냐?”(7)라고 질책하면서 ‘회개에 알맞은 열매’(8)를 맺으라고 요구한다. 구원이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돌이키는 것’이며 이는 곧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좋은 열매 없이는 구원도 없다.

무리가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요한은 이렇게 대답한다.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11) 요한의 요구는 자신의 ‘가짐’을 인정하고 돌이켜 타인의 ‘없음’에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한’ 너와 나누는 것이다. 이것이 곧 ‘선물’이다. 그러므로 회개의 세례를 받고 좋은 열매를 맺는 자란 ‘가지지 못한’ 타인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선물을 준 사람만이 그리스도의 선물됨을 이해할 수 있다.

선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선물일 수 없다. 선물을 준적도 없이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푸념하면서 선물만 달라는 이들에게 무언가가 주어진다면, 그 선물은 서로 차지하기 위한 싸움의 원인이 되거나,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내다버려질 뿐이다. 한편, 선물은 돈으로 살 수도 빼앗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 손에 쥔 것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을 선물로 줘본 사람만이 타인의 선물을 빼앗지 않을 것이며, 내게 주어진 선물도 소중히 여길 것이다.

요한은 곧 오실 그리스도를 준비한 선지자로서,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귀한 선물을 받을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한을 통해 깨닫는 사실은 ‘그리스도는 좋은 열매를 맺고 준비된 사람에게만 선물로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성탄의 선물은 이기적 태도를 이타적 태도로 바꾼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그들은 가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풍요로운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며, 그 경험으로 받는 선물의 가치도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야말로 성탄의 진정한 기쁨을 서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형제자매와 함께 부대끼며 자란 기성세대는 어린 시절의 가족을 생각하면서, 위에서 말한 선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마저도 해체되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필자는 신세대 또한 서로를 보듬으면서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만들어낼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낸 공동체 속에서 주고받는 선물의 의미를 깨달을 것이며, 그 가운데 우리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일 테지만, 그리스도를 참된 선물로 맞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갈 진정한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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