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나쓰미는 국장에게 퇴짜를 맞았다. 국장은 “밀라와 같은 소녀들을 위한 잡지에 그렇게 대작가가 붓을 들 리 없다”며 나쓰미의 제안을 비웃었다. 그러면서 “설득할 수 있으면 한번 해봐”라고 말했다. 나쓰미가 가나타 미즈에 선생에게 연재를 제안하자 “월간지 연재는 이제 힘들어서요”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나쓰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소설에 은밀히 담긴 강건함과 명랑함을 열심히 살아가는 여자아이들에게 전다고 싶다”며 거듭 간청했다. 결국 다섯 번째 만남에서 미즈에는 “나쓰미 씨와 함께하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 궁금하다”며 제안을 수락한다.

미즈에가 『밀라(Mila)』(반유샤)에 소설 「핑크 플라타너스」를 연재하자, 금세 인기 페이지가 되었다. 한마디로 대박을 친 것이다. 잡지 매출도 늘었고, 1년 반에 걸쳐 연재된 소설은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열리는 ‘북셸프 대상’을 수상하는 등 잡지사에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회사는 흥분으로 들끓었다. “나는 매일매일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 즐거웠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연작소설 『도서실에 있어요』(달로와, 2021년)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쓰미는 편집국장을 설득하고, 미즈에도 설득해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사실 편집자의 능력은 원고를 보는 안목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다. 현실에는 온갖 장애물이 있지만, 그것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힘은 오롯이 편집자의 마음에서 나온다. 나쓰미는 이렇게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볼 때의 두 가지 눈. 하나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태양의 눈’. 사물에 밝은 빛을 비춰 이해하는 것. 다른 하나는 감정이나 직감으로 파악해 연관 짓거나, 대화하길 원하는 ‘달의 눈’. 어둠 속 요괴나 은밀한 사랑과 같은 상상, 꿈. 이 두 가지 눈을 우리는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

편집자가 기획해서 책으로 출간되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의견을 중재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획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기획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자신의 기획안을 발전시키거나 수정할 마음의 여유도 갖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획이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은 그 기획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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