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와 연관된 인물, 그 시대 사건과 역사, 메시지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끌레멘스 지음/분도출판사

5년 동안(2015-2020년) 산티아고 순례길의 유일한 한국인 신부로 살면서 많은 순례자를 만나 동반했던 경험이 없었으면 나오기 힘들었을 책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 신부로서 스페인 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활동했을 몇 달이 지나 순례자를 돌보려면 자신부터 철저한 순례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순례길에 올랐다.

“순례자가 우리 수도원에 묵으려면 적어도 이틀은 머물러야 한다. 지친 순례자를 멈춰 쉬도록 함이다. 멈추고 쉬는 것도 카미노(길, 순례길)이다. 단출한 수도원 건물 안에서 종교를 떠나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고 쉬는 것. 이 안순하고 반복된 멈춤 속에서 어느 순간 순례자의 마음은 순해지고 겸허해지며, 몸은 생기를 되찾는다.”

멈춤의 침묵 속에서 근원을 찾고, 카미노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는 저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멈춤으로 진정한 침묵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침묵이란 기도 속에서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으며, 나를 넘어 다른 이를 만날 수 있고, 창조주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순례자들을 ‘카미노 나눔’에 초대하는데, 그 시간에는 순례길에서 겪은 개인의 신앙 체험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1천년 넘게 순례길 곳곳에 새겨진 체험을 집대성한 카미노 이야기, 즉 카미노의 주역인 야고보 사도, 카미노의 끊김과 이어짐에 대해 들려준다. 카미노를 제대로 알면 순례 발걸음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자신의 길을 걷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삶이 곧 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산티아고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서와 연관된 인물이나 그 시대 사건과 역사, 오늘 우리에게 전해지는 메시지 등을 담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 성 야고보(산티아고) 사도에 대해 저자는 “삶의 여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인간적인 실망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하나님의 길을 가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일시에 순교의 화신으로 홀연히 영원으로 건너간 인물이었다”며 “성 야보고 사도를 순례자 삶의 이정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카미노의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알파와 오메가는 산티아고라는 한 사람 안에서 하나로 수렴된다. 이런 카미노 영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카미노는 그저 걷는 수단에 그치고 만다. 정작 콤포스텔라에 도달하고도, 주 그리스도께로 가는 ‘신앙의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산티아고 사도는 살아 있을 때보다 순교한 다음에 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저마다 동기는 다르지만 같은 길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산티아고는 다양한 모습의 순례자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산티아고 현지에는 가지 못했지만 ‘지금 여기’에서 산티아고가 따랐던 그분의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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