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목사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복지회대표샘물교회 담임

은애 씨의 부고를 전한 것은 구역 총무의 전화였습니다. 어제 건양대 응급실로 가셨는데 그만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으며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투석을 받는 중에도 중3인 손자를 돌보며 지적장애를 앓는 아들과 열심히 살았습니다. 소아마비로 어릴 적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고 결혼하여 3남매를 낳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일찍 떠나고 불편한 몸으로 자녀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며 살아온 시절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평소에 말하곤 했습니다.

올해가 70세인데 더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손자를 더 키워 주고 지적장애를 앓고 살아가는 큰아들의 앞날을 위해서도 일찍 죽어선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답니다. 한데 이렇게 황망히 가는 것을 보니 우리의 죽음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입니다. 눈에 밟혀 눈을 감을 수 없는 자식인데 그를 두고 눈을 감으려니 얼마나 그 마음이 아팠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간의 무기력성을 생각하며 죽음을 주관하는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장애로 살아온 것도 힘들었고 투석을 받으며 살아온 것도 힘들었고 손자와 아들을 위해 애쓴 것도 힘들었을 은애 씨를 생각하며 잠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많은 사람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일상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70년을 살았습니다. 어떤 때 나는 건강한 것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드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분의 죽음 앞에서 그동안 더 그분과 깊은 교제를 하지 못한 아쉬움과 더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여행가기를 좋아했는데 좀 더 밖으로 모시고 한 번 더 나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다시 남은 자들을 위하여는 더 가까이 가자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의 죽음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은 한쪽 팔이 온전치 않은 지체장애인이고 아내는 시각장애를 앓으신 분입니다. 아내와 함께 마늘을 까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앞으로 쓰러지더랍니다. 급하게 119늘 불러 탁과 가는 중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만났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실지 모르겠다고 회원들은 말합니다. 언젠가는 누구나 가는 길인데 갑자기 인사도 없이 가는 것을 보면서 홀로 사시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일들이 먼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남의 이야기도 아님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고독사할 수도 있는 홀로 사는 장애인들의 두려움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순서 없이 떠나는 길이기에 살아 있을 때 좀 더 깊이 있게 교제하고 후회 없는 교제를 통하여 주님 영광 나타내는 성도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남겨진 가족이 또 다른 외로움과 마주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우리 주위에 언제 떠날지 모르는 연약한 작은 자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나를 돌아보고 좀 더 작은 자들과 함께하고 교제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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