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은혜로 전락시키며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에서 탈출, ‘값비싼 은혜’로 사는 길 제시

“은혜가 값비싼 것은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라고, 
그것이 은혜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목숨을 요구하기 때문이며, 은혜가 은혜인 것은 
사람에게 생명을 선사하고, 죄를 비난하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김순현 옮김/복 있는 사람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숙적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의 명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 ‘값비싼 은혜’ 첫머리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가 말하는 값싼 은혜는 무엇일까. 
 

●●  값싼 은혜, 대다수에게 무자비

“값싼 은혜란 투매 상품인 은혜, 헐값에 팔리는 용서, 헐값에 팔리는 위로, 헐값에 팔리는 성찬,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무분별한 손으로 거침없이 무한정 쏟아내는 은혜, 대가나 희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은혜를 의미한다.”

독자들에게는 어떤 면에서 ‘값싼 은혜’가 내재화되어 있는가. 입을 열면 ‘사랑, 은혜, 십자가’ 등등 교회에서 교리를 말로 표현할 때 아무 ‘따름’ 없이 귀로 들린 단어나 성구가 ‘입’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까.

“값싼 은혜는 실로 우리 대다수에게 무자비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 이끄는 길을 우리에게 열어주지 않고 도리어 차단하기만 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예수를 따르라고 부르기는커녕 우리를 둔하게 만들어 불순종하게 했다.…값싼 은혜의 말씀은 우리의 길을 막고서 세상의 가장 온건한 길로 우리를 부른다.”

값싼 은혜는 우리 안에, 우리 주변에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저자의 표현이 몸서리쳐진다. 값싼 은혜는 ‘우리가 스스로 취한 은혜에 지나지 않는다’, ‘회개 없는 용서의 설교요, 공동체의 징계가 없는 세례요, 죄의 고백이 없는 성찬이요, 개인의 참회가 없는 죄 사함이다’, ‘본받음이 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은혜다.’

그렇다면 값비싼 은혜를 저자는 어떻게 말하나. ‘밭에 숨겨진 보화다’, ‘그리스도의 왕권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이다’, ‘우리가 되풀이해서 찾아야 할 복음, 우리가 구해야 할 은사, 우리가 두드려야 할 문이다.’

본 회퍼는 은혜가 값비싼 것은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라고, 그것이 은혜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부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목숨을 요구하기 때문이며, 은혜가 은혜인 것은 사람에게 생명을 선사하고, 죄를 비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값비싼 은혜는 하나님의 거룩한 것으로 통칭하는 은혜다. 우리는 그것을 세상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도록 보호하고, 개에게 던져 주어서는 안 된다.”
 

●●  은혜, 예수 따르기의 삶

본 회퍼는 줄곧 ‘은혜’와 ‘예수 따르기’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마치 살아서 우리 곁에서 조용하지만 거부할 수 없도록 밀어붙인다.  

번역자인 김순현 목사(여수 돌산 갈릴리교회)는 “어디서나 눈에 띄는 가시적 등불이 되기는거녕 됫박(물욕, 거물주의 비윤리적 행태 등)으로 등불(예수 따르기)을 덮어 사 아래 둔 채(마 5:15 참조) 엄범부렁한 외형만을 추구하고 자랑하다가 세인의 웃음가마리가 되어 버린 한국 개신교, 그런 한국 개신교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고 길을 찾아 나선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면서 본 회퍼는 한국 개신교를 향해 ‘그대가 잃어버린 것이 여기 있소’라며 <나를 따르라>를 불쑥 내민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믿음에 이르는 길은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대한 복종을 거친다. 걸음을 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예수의 부르심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

본 회퍼는 ‘우리가 이제는 그리스도를 제대로 따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 우리가 은혜를 순수하게 가르치는 정통교회의 일원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의 일원은 아니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과 은혜를 다시 올바른 관계 속에 놓고 이해하려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1937년 본 회퍼가 목사가 된 지 4년이 지나 출간한 책이다. 2년 후 미국 유니온 신학교 초청으로 출발했으나 한 달 25일 후에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독일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몸서리치는 양자택일 앞에 서 있습니다. …나는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압니다. 그러나 안전한 가운데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의 이런 선택은 ‘따름’이었고, 1945년 강제수용수요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본 회퍼가 당시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은 한국교회에 던져졌다. 본 회퍼가 했던 선택, 이제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우리는 우리 일상에서 어떤 ‘따름’으로 살아가야 할까.         양승록 기자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