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목자교회공동체, 세상과 공동체 어떻게 연결하고 있을까

공동체를 만난 사람들은 진심, 연대, 사랑을 맛볼 것-사막 같은 사회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공동체가 어딘가에는 있어야

공동체를 향한 여정(5)

나우웬과 빌은 진정한 크리스천 리더십의 자리가 공동체라는 것을 함께 보여주었다. 나우웬과 빌의 동행은 사람들을 ‘라르쉬’로, 세상을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로 안내하고 있었다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인간개발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빌 반 뷰렌(Bill Van Buren)과 함께 워싱턴 D.C.로 간 나우웬은 ‘21세기 크리스천 리더십’을 주제로 세 차례 강연을 갖는다. 나우웬은 ‘예수님의 이름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연내용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지적 장애인인 빌과 동행한 여정의 의미를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나우웬은 세상을 향해 공동체를 소개했고 빌은 ‘그것에 함께 했다.’ 먼저 나우웬이 에필로그에서 밝힌 내용들을 살펴본 후, 선한목자공동체가 세상과 공동체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이 여정을 마치려 한다.

헨리 나우웬의 에필로그

나우웬과 빌은 함께 워싱턴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우웬은 21세기 크리스천 리더십에 관하여 자신이 라르쉬 공동체에서 경험한 것과 깨달을 것을 바탕으로 논리적이며 통찰력 있게 원고를 준비하고 떠났지만, 나우웬에게 빌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냥 여행을 즐기는 듯 보였다. 과일 바구니와 와인이 놓여 있는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빌은 좋아하는 TV의 채널을 검색하고 잘 정돈된 침구류에 들떠 있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연회장에서의 저녁 뷔페는 빌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그것을 함께 하다.’

식사 후 강연 시간이 되었다. 나우웬은 모여든 청중들에게 강연하기 위해 강단에 올라섰다. 그러자 빌도 일어나 강단으로 올라와 나우웬의 오른쪽 뒤 의자에 앉았다. ‘그것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빌이 나우웬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나우웬이 연설을 시작하자, 빌은 나우웬이 읽어 내려간 원고를 하나하나 옮겨 자신의 탁자 앞에 쌓아 놓았다. 나우웬이 강연 도중에 라르쉬에서의 경험담을 이야기 할 때 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서 질문이나 맞장구를 쳐 주기도 했다.

빌의 개입은 마치 청중을 ‘데이 브레이크’(라르쉬 공동체 가운데 하나)의 일상으로 초대하는 듯했다. 나우웬이 모든 연설을 끝냈을 때, 빌은 강단의 마이크를 들고 짧게 마무리 인사를 했다. 강연이 끝나자 빌은 다과를 들기 위해 모여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 빌은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알게 된 모든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나우웬은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빌이 자신과 함께 했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여 있는 자리, 거기에 내가 그들 가운데 있다”(마 18:20).

세상을 공동체로 안내하다

나우웬과 빌은 어쩌면 완전히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나우웬이 빌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강연 가운데 보여준 빌의 행동과 강연 후 청중들과의 인사와 악수 등, 빌의 행동 하나하나는 청중들이 공동체를 직접 만나고 느낀 시간이 되었으리라. 나우웬 혼자 논리적으로 강연했다면, 그것은 단지 청중들에게 ‘라르쉬’라는 공동체를 소개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빌과 함께 함으로써 그 강연은 청중들을 직접 ‘라르쉬’로 초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동체를 들은 것과 보고 체험한 것은 다르다. 나우웬과 빌은 진정한 크리스천 리더십의 자리가 공동체라는 것을 함께 보여주었다. 나우웬과 빌의 동행은 사람들을 ‘라르쉬’로, 세상을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로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동체를 향한 끝나지 않은 여정

선한목자공동체는 제도화된 사회와 기관, 특히 시에 저항하면서 공동체적 가치를 지켜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리더들은 공동체를 사회와 연결시켜줄 하나의 끈을 갖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청개구리밥차’와 운영자인 이정아 대표를 사회적 소통 창구로 정했다. 처음 시도한 것은 시의 청소년위탁기관과 함께 민간 기업에 ‘밥차’ 제안서를 내고 사업비를 확보한 것이었다. 그 결과 두 곳에서 밥차가 운영되었다. 그러자 다음 해부터는 시가 식재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청개구리’는 그 운영비를 직접 받지 않았다. 위탁기관이 아닌 ‘청개구리’(정확하게는 비영리임의단체)가 시와 돈으로 종속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청개구리 활동가들과 마음 충전의 시간을 가진 초등학교 4~6학년생들. 30여 명이 참여의사를 받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7월 청개구리 활동가들과 마음 충전의 시간을 가진 초등학교 4~6학년생들. 30여 명이 참여의사를 받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시의 위탁기관이 ‘청개구리’를 대신해 지원을 받고 행정적 처리를 해주었다. 우리는 시의 간섭 없이 식재료비를 쓸 수 있었다. 그러자 시는 해당 단체가 직접 신청해야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바꾸어버렸다.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그러면 안 받겠다고 했다. 우리는 기관이 될 수는 없었다. 공동체는 우리가 가야할 미래며, 우리는 이 가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시는 예전 방식대로 지원을 계속해 주었다.

현 시점에서 정확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돈에 민감하며, 우리 공동체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운영과 재정에 관해 궁금해 하지 않는 이는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 뒤로 10년 정도가 지난 현재, 우리 공동체도 시의 예산 일부를 지원받는다. ‘어린이식당 마루’를 예로 들겠다. ‘마루’는 어린이들에게 2천 원을 받고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다. 2천원은 재료비만으로도 벅찬데, 급여를 받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 활동가로 참여하면서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강조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누구도 급여를 받지 않는다. 공동체가 속한 시에는 ‘먹거리 지원사업’과 관련된 예산이 편성되어 있고, 지원하는 단체를 선별해서 지원한다. ‘마루’는 지난 해 식재료비를 지원받았다. 그렇다면 시의 지원금은 어떻게 쓰였을까? 시의 예산은 늦게 지급되고 결산은 빠르다. 4월은 되어야 지급되며 11월에는 지출을 마감해야 한다. 어쨌든 이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아이들에게는 식사 선물이 주어진다. 우리는 무료, 혹은 공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요즘 마을과 공동체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마을을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시나 기관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시민들은 관 주도 사업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태에서는 누구도 공동체를 경험할 수가 없으며, 모범 없이 주장만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요원하다.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즉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선한목자공동체는 마을을 말하는 사람 대신, 마을에서 살면서 보다 나은 마을을 위한 공동체를 세우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공동체를 이론적으로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경험하도록 손을 내미는 것이다.

공동체는 우리사회가 가야할 미래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우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공동체를 어떤 식으로든 만난 사람들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진심과 연대와 사랑을 맛볼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향한 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막 같은 사회 속에서 오아시스와도 같은 공동체가 어딘가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해, 인천의 한 구청 아동복지과 직원이 ‘청개구리’와 ‘어린이식당 마루’를 방문했다. 이런 공간을 구청 차원에서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공무원은 다름 아닌 과거에 ‘청개구리’가 운영하는 밥차를 이용했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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