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식 목사​​​​​​​한국목회임지연구소장
박현식 목사
한국목회임지연구소장

최근에 한 장로교 목회자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노(老)목사님 신학교시절에 크게 감명을 받았던 선배목사님의 일화를 여러분에게 이제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런 훌륭한 목사님께 성경을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을 합니다.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서 약40여 년 동안 목회를 하고 은퇴하신 분이었습니다. 그 교회에서 유아 세례를 준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장로로 장립하였다니 실로 긴 세월동안 한 교회에서 목회하신 셈이지요. 그런데 그 목사님이 은퇴하실 즈음 교회에 커다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교인이 수천 명 모이는 큰 교회였기 때문에 당회는 일평생 봉직하신 목사님을 위하여 45평짜리 아파트를 은퇴 후 거처로 사용하시도록 마련해 놓았습니다(첨언을 하자면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이니 그 당시45평 아파트라는 것은 서민으로서는 꿈꾸기 어려운 큰집이었다). 그리고 넉넉한 퇴직금과 연금도 장로님들에 의하여 준비되었습니다.

자신의 은퇴 후의 노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일들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 목사님은 노발대발 하셨습니다. “어찌하여 나의 가는 마지막 길을 이렇게 욕되게 하십니까? 나는 이제 사역을 끝내었고 자식들이 장성하여 모두 잘 살고 있으니 우리 두 늙은이 아들집에 가서 곁방에 머물다 주님 나라에 가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내 가는 길을 부끄럽게 합니까?”

예상은 했지만 목사님의 이 같은 굳은 의지를 확인한 장로님들은 커다란 고민에 싸였습니다.

그래서 장로님들은 얼마 후 다시 목사님께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이야 빈손 들고 교회를 떠나시면 모든 교인과 교계가 청렴하고 존경받는 목사님이라고 칭찬하시겠지요. 그러나 저희는 어떻게 됩니까? 목회자를 일평생 봉사하게 하고 마지막에는 방한 칸 없이 내쫓았다고 사람들이 욕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그것이 곧 우리교회의 불명예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린 아이 같이 순진하신 목사님은 이 대목에서 마음이 약해지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 근심하셨습니다. 그리고 결심하셨습니다. 드디어 당회를 소집하여 자신의 소신을 밝히셨습니다. “장로님들, 제가 주택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은퇴할 때 제게 주택을 주십시오. 단 13평 미만으로 하십시오 그러면 받겠습니다.” 좀 더 큰 주택을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당회와 함께 힘든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은퇴하실 때 19평짜리 연립 주택을 드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 목사님이 교회 사택을 떠나 이사 하시던 날 이삿짐을 나르던 교회의 젊은 집사님들이 목사님 댁에서 한없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목사님 댁에 있는 가장 값나가는 재산은 40여 년 전에 그 교회에 부임해올 때 가지고 오신 철제 캐비닛이었습니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시대와 상관없이 이러한 목회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의 직면하고 있는 목회 임지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이 은퇴를 앞두고 자신이 섬기는 교회 장로, 중직자들과 자신의 은퇴 후 경제적인 예우문제로 갈등하면서, 얼굴을 붉히고 대립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은퇴를 앞둔 어떤 목회자는 자신이 기도(?)하면서 천거한 목사를 교회에서 후임자로 받지 않는다고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은퇴하지 않고 버티겠다고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우리들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방종한 세상의 풍조 한가운데에 물질주의가 있고, 그 물질주의 한 가운데는 향락이 있다. 그리고 향락하는 삶 가운데는 하나님을 버린 불신앙과 불경건이 있다. 이러한 시대에 세상의 빛과 소금, 본이 되어야 할 참다운 목회자는 어떻게 처신하여야 하는가? 죄악이 관영하고 타락이 홍수처럼 범람 할 때, 변함없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정욕을 벗어나 주님 편에 서서 고독한 광야의 길을 걸어간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시대의 문화를 역류하여 주님께 자신을 드리는데 헌신한 사람들이다. 과연 우리들은 목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 초심을 잃지 않고 은퇴하시는 목회자를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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