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는 물론 한국도 세속화, 탈종교 현상 증가 추세”

현대선교 27 〈세속화와 선교〉에서 정재영 교수 ‘현대 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 현상’ 다뤄

세속화한 영국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고, 교회는 안 나가도 하나님은 믿고 있으며 대다수는 확신은 없어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여긴다

“오늘날에는 포스트모더니티의 영향으로 제도라는 틀을 불편해하며 제도 종교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종교 단체에 속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종교적인 문제에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영적인 구도자’라는 말을 사용한다며, 전체 미국인들 중 40%가 종교단체와 연관이 없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집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들 말한다. 많은 모임이 비대면이 3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익숙하게 되다 보니 여전히 대면모임이 이전과 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곧 인식과 삶의 형태나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우리에게 다가올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런 고민은 많은 이들이 부지불식 간에 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선교연구원(원장 홍현철, KRIM)이 최근 발행한 현대선교27 <세속화와 선교>는 그런 질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현대 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 현상-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 철학의 관점에서 본 세속 시대의 기독교 선교-강영안 교수(서강대 명예) △세속화 논쟁과 세계기독교:대세와 예외, 보편성과 특수성-이재근(광신대) △세계의 증가하는 비종교인들에게 다가가기-문상철 교수(그레이스 미션대학교, KRIM 초대원장) △세속화, 이슬람 세계를 향한 거부할 수 없는 도전-임태순 교수(아신대 외래교수)) △세속화 속 VUCA 세계의 이웃되기-조은아 박사(고든 콘웰신학교)의 주제논문을 통해 ‘세속화’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모색하고 있다.
이 논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로 정재영 교수의 ‘현대 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 현상’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기독교 선교는 지속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정재영 교수 ⓒ복음인 DB
                                         정재영 교수 ⓒ복음인 DB

정재영 교수는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인 것과는 다르게 한국의 무종교인은 증가하고 있다(56.1%→60%, 2015년 조사)는 내용을 소개하며 종교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종교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추구를 하는 사람도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종교사회학자들은 종교 단체에 속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종교적인 문제에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영적인 구도자’라는 말을 사용한다며, 전체 미국인들 중 40%가 종교단체와 연관이 없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집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다.

정 교수는 단순히 종교 단체 가입 여부만으로 따진다면 종교인과 무종교인으로 분류되지만 ‘얼마나 종교적인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것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세속화와 탈종교화

종교 세속화에 대한 논의에 대한 이론가인 막스 베버의 영햐을 받아 세속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폭넓게 사회학적인 분석을 시도한 피터 버거(Peter Berger)를 소개한 정 교수는 “종교사회학에서 말하는 종교 다원주의는 신학에서의 의미와 달리 가치중립적 개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종교인이 관심 갖는 궁극적 실재의 성격 자체가 다원적이라는 곧 여러 가지 근원을 갖고 있다는 신학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종교의 자유로 인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다원주의적 상황은 설득력 구조의 종교적 내용들을 상대화시켜 버린다. 종교적 내용은 탈개체화 되어서 그동안 당연시되는 객체적 실재의 지위를 박탈당해 버리는 것이다.”

탈종교화 현상은 무종교인의 증가이며, 이 연구는 대부분 서구 학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음을 정 교수는 소개한다. 유럽에서는 세속화 이론에 따라 무종교인의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실제 현실은 세속화 이론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교에 소속된 사람의 비율은 줄었지만 종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그레이스 데이비가 말한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이 그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교인 수가 감소하는 것을 기독교의 쇠퇴와 동일시할 수 없다면서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정재영 교수는 그가 세속화한 영국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고, 교회는 안 나가도 하나님은 믿고 있으며 대다수는 확신은 없어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여긴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일반화한 사회적 기억으로 종교가 얼마나 오래 생존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제도로서 종교가 쇠퇴한 뒤에도 한 세대 정도는 기독교가 살아남을지 모르지만 30-40년 뒤의 상황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구사회의 탈종교화

유럽인들이 기피하고,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제도화된 종교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그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무엇을 믿어야 하며, 어떤 예식을 따라야 하는가를 말하는 교회에 소속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며,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싶고, 자신의 기호대로 맞춤식 영성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미국은 무종교인의 비율이 낮아서 유럽과 대비되어 왔지만 70년대 이후에 교회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1970년대 7% 수준이었던 무종교인 비율이 점차 증가하다가 2012년에는 20%까지 증가했다.

<종교 없는 사회> 저자인 필 주커먼은 기독교 보수단체와 정치세력(공화당 우파) 간의 결탁, 물질주의가 영향력을 확대되고 동성애나 낙태 등 여성 및 소수자 인권지지 운동 확산으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무종교인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정재영 교수는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기독교에서는 동성애를 죄라거나 비도덕적인 것으로 비난하는 것이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도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제도권 밖의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은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일은 “개인에게 정해진 정답 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치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로버트 벨라의 주장)이라고 정 교수는 소개한다.

또한 도날드 밀러는 <왜 그들의 교회는 성장하는가?>에서 교단주의와 전통적 예배 형식을 벗어난 초교파 복음주의 교회들의 역동적 성장을 진단했는데, 교회 전통 밖에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교회들이 양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다이애나 버틀러 배스도 이러한 진단에 동조했는데, 미국 교계에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저서 <교회의 종말>에서 중앙 통제에 의해 표준화되고 규칙화된 종교 형태의 기독교는 쇠퇴하는 반면, 훨씬 더 유연한 형태의 창의성과 인격성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 공동체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전망도 소개한다.

정 교수는 “오늘날에는 포스트모더니티의 영향으로 제도라는 틀을 불편해하며 제도 종교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종교사회학계에서는 ‘종교’ 보다는 더 넓은 의미인 ‘영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탈종교화

2000년대 이전에는 한국의 종교들이 크게 번성했고, 종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무종교를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무종교인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정재영 교수는 소개한다.

2021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에는 1년 전에 종교가 있었으나 현재는 없다는 응답이 6%였는데, 그 반대의 질문에는 2%였음을 언급하면서 “종교유입 인구에 비해 이탈 인구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서 탈종교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 교수는 내다봤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가지고 있지만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교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제도 교회에 나가기를 거부하는 이들을 ‘가나안 성도’라고 부른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 없이 교회를 띄엄띄엄 다녔던 사람들이 아니라 10년 이상 교회를 다녔고, 중직자를 포함해 직분자들이 다수였으며, 교회 다닐 당시 절반 가량이 구원의 확신이 있었고, 90%가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나 선데이 크리스천은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서 파악된 기독교 인구가 9,676명에 대입하면 가나안 성도는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는 정 교수는 2016년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조사에서도 55%만이 현재 다니는 교회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응답했고, 28%는 떠날 생각이 다소 있다, 4.8%는 떠날 생각이 너무 많다고 응답하여 현재 교인들의 3분의 1이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음을 소개했다.

“이렇게 가나안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신앙생활이나 목회 방식이 이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특히 중직자에게서 가나안 성도가 될 성향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열심을 가지고 신앙생활 하던 사람들이 가나안 성도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가나안 성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이전처럼 대면 예배를 드리는 비율은 60%가 되지 않고, 나머지는 온라인 예배나 가정 예배를 드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예배를 드리고 있어서 교회에 대한 소속감이나 충성심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중에 이루어진 20-30대는 10년 후 53%만 지금처럼 교회 다니면서 신앙생활 할 것, 40%가 가나안 성도가 될 것이라고 응답(2021년 1월 한국교회탐구센터)했다는 것이다. 또 3040 세대 조사에서는 현대 33%가 가나안 성도로 추산되었고, 10년 후 신앙생활에 대해 50%가 가나안 성도가 될 것이라고(22년 12월) 전망했다.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이나 영적인 구도자들이 말하는 영성은 기독교 영성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영적인 차원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영성에 대한 이들의 관심 자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이들의 영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식으로 이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02-2654-1006<br>
한국선교연구원(02-2654-1006)이 최근 발행한 현대선교27 <세속화와 선교>

또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 가나안 성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며, 무종교인이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서 이들에게 적절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선교 및 전도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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