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준으로 이중 직 가진 목회자를 판단할 게 아니다. 오죽하면 이중 직을 갖겠나? 다른 일 하지 않고 목회만 전념할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목회자는 이중 직 목회자일 것이다.

오세준 목사<br>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전통적인 목회자 상(像)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목회 외에는 다른 직업을 갖지 않는 것이다. 특히 교회를 담임하면 오로지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 담임 목회하면서 수입을 창출하는 어떤 일이라도 하면 교회가 용납하지 아니했다.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가 아무리 적어도 목회에 올인하는 길을 목회자의 정도라고 여겼다. 예외적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라면 거의 다 이런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추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와중에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개척 교회가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도 경제적 자립이 안 되어 고전하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담임 목회자 가족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교회가 부지기수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목회자가 궁여지책으로 아르바이트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모르게 시작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주변에서 알게 된다.

급기야는 교단 목회자들도 알게 되어 교단 관계자들이 징계까지 운운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런 목회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계속 증가추세에 이르자 마침내 이중 직을 허용하는 교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단 총회에서도 지원 대책 없이 이중 직을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을 알고 양성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단마다 형편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 미자립 교회가 전체 교회의 70%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목회자의 이중 직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한국교회의 명망 있는 목회자 중 한 분으로 알려진 어느 은퇴 목회자가 세미나에서 이중 직을 가진 목회자들을 향해 일갈했다. 이중 직 목회자들은 교회 사례비에 자족하지 못하여 이중 직을 갖는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이분은 개척 교회 목회자들의 현실과 아픔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목회자가 이중 직을 갖는 대부분 이유는 사례비가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생존 때문이다. 세상에 나가서 고달프게 일하며 목회하고 싶은 목회자가 얼마나 되겠나? 

그동안 한국교회 성장 시기에 목회하다가 은퇴한 분들은 목회자의 이중 직에 대해 거의 부정적이다. 이분들은 과거 자신들의 목회를 떠올리며 죽을 각오로 기도 많이 하고 거리에 나가 전도를 열심히 하라고 훈계한다. 당신들이 개척 목회할 때는 금식을 밥 먹듯 하면서 집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강단에 엎드려 기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낮에는 노방 전도, 축호 전도했더니 교회가 성장했다면서 노병(老兵)이 무용담 늘어놓듯이 당신들의 공로를 드러낸다. 개척 교회가 성장하지 않는 것은 과거 당신들처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듯이 말이다.

은퇴하신 선배 목회자들의 경험담을 허투루 듣자는 것이 아니다. 은퇴하신 선배 목회자들의 목회 열정과 헌신은 지금 세대의 젊은 목회자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분들의 과거 목회 경험을 귀담아서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은퇴하신 선배 목회자들이 과거의 잣대로 현실의 목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후배 목회자들을 재단한다면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한국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하지만, 성장하는 교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교회가 과거 선배 목회자들처럼 금식기도 많이 하고 노방 전도를 열심히 해서 성장하는 것만도 아니다. 기도 많이 하거나 노방 전도 많이 하는 목회자가 아닌 데도 양적으로 성장하는 교회도 있다. 그러니 과거의 기준으로 이중 직 가진 목회자를 판단할 게 아니다. 오죽하면 이중 직을 갖겠나? 이중 직을 유지하면서라도 목회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목회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다른 일 하지 않고 목회만 전념할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목회자는 이중 직 목회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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