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이 증거하는 예수(9)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양손에 날선 돌멩이들을 쥔 사내들이 뜻밖의 말에 다음 동작을 잃고 하나씩 둘씩 뒷걸음질을 쳤다.

조효근/본지 발행인
조효근/본지 발행인

유월절 예루살렘 성전에서 거룩하고 갸륵한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대제사장의 결단으로 갈릴리 출신 이단자를 잡아내야 한다고 체포조를 집단으로 파견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질책하고 또 산헤드린의 어른 입장에서 한마디 훈수했다고 그들의 어른인 니고데모를 질책하는 등 예루살렘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던 권력자들의 밤이 겨우 간음하다가 들통난 여인 한사람 잡아내는 것이었더냐? 

오냐, 알겠구나. 너희가 밤에 무슨 짓들을 하는지를 대충은 짐작하겠구나…. 거룩의 갑옷을 입고 햇빛 아래서는 큰소리 쳤으나 음흉한 밤에는 멀쩡한 여인들을 간음녀로 만들 수도 있겠지.

요한복음 7장에서 예수는 온 종일 사랑할 자들을 찾고, 시비자들에게 시달리면서 온 종일 많이 시달리시다가 해지고 밤 어두우니 육신의 휴식과 기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예루살렘에 오실 때면 늘 찾으시는 감람산 갯바위 산 그곳을 찾으셨다. 밤이슬 덮게 삼아 엎드리니 지난 하루가 참으로 힘겨웠음을 느끼게 된다. 기도하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기도의 밤은 깊어만 가고 어느덧 서릿발 같은 추위가 가슴을 쥐어뜯는다. 그래도 밀려드는 잠에 취했다가 눈을 뜨니 동녘의 태양이 떠오른다.

갈길 먼 하나님의 길, 또 아들의 길. 예수는 몸을 일으켜서 태양을 향해 손짓하는가 하더니 예루살렘 쪽을 향해 크게 함성을 지르신다. 이제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말고 하나님과의 사귐의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말로써 가르침을 완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디베랴 호수 건너편 산언덕에서 길 잃은 이스라엘 집 양 떼들에게 나누어주던 보리떡과 물고기들 그걸 먹고 일어난 난동들이 큰 폭동으로 변질되어버렸던 그때를 다시 떠올려 본다. 굶주리는 자들에게 먹거리를 약간 주었을 뿐인데 그 일이 그토록 큰 불상사를 불러올 줄 알았겠는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고까지는 아니지만 예수로서는 두 번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무심코 성전 광장으로 나갔다. 한 무더기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심상찮은 시빗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예수가 그들 가까이로 다가가자 금세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 마치 예수를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그들 분위기에 생기가 돌았다.

예수여! 당신은 이스라엘 선생이니 답변하시오. 이 여인이 간밤에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소. 모세의 율법에는 돌로 치라 하였는데 당신 이스라엘 선생으로 어떻게 하겠소?

진퇴양난이었다. 여인은 꼼짝없이 죽고 예수는 그의 말로 아까운 이스라엘 여인 한 사람을 죽게 할 노릇이었다. 유대인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히죽거리며, 땅바닥에 침을 뱉어대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그 다음엔 난감해진 예수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예수가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유대인들은 드디어 잘난 체하면서 바리사이들을 훈계하시던 갈릴리 촌티 난 자칭 선지자를 충분히 골탕 먹일 수 있다면서 의기양양이었다.

그때 예수는 몸을 굽혀 땅바닥 모래 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바리새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예수가 쓰고 있는 낙서를 해독해 보려고 주의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땅바닥 모래 위에 예수는 두 번째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쓰려다가 지우고 또 쓰다가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기를 거듭 또 거듭하고 있었다. 성질 사나운 자들은 괴성을 지르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다시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판을 엎어버리기에는 예수의 표정이간절하고 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맺혀 있다. 주변 분위기는 아랑곳없이 예수는 쓰고 있었다. 어떤 이는 간음은 혼자서 저지를 수 있느냐고 썼다면서 친구와 속삭이고, 어떤 이들은 글씨가 아니라 우리들을 놀리는 얄팍한 잔재주라면서 판을 뒤엎어버릴 기세였다. 

예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거기 모인 자들에게 크게 말했다.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양손에 날선 돌멩이들을 쥔 사내들이 뜻밖의 말에 다음 동작을 잃고 하나씩 둘씩 뒷걸음질을 쳤다.

텅 빈 광장에 여인 혼자서 너부러져 있다. 주변에 쌓인 돌멩이들과 함께. 한 참 후에 예수께서 여인에게 묻는다. 

“너를 고발하고 돌로 치려는 자들은 어디 있느냐?”

“없나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여인은 망설이고 있었다. 아직도 자기 앞에는 자기를 고소하고 정죄할 수 있는 유대인이 한 사람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어라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하는데 적절한 용어를 선택하지 못해서일까. 잠시 더 침묵이 흐른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단, 다시는 죄 짓지 말거라.”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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