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위한 소모임 4년 만에 재개

이혜란 센터장, “뇌사 트라우마 지닌 유가족, 상실 아픔 극복 위해 심리지원 꼭 필요해”

프로그램 중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추금옥 씨
프로그램 중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추금옥 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는 10월 14일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던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4년 만에 재개했다.

이날 소모임 참석을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을 찾은 김기성 씨(남, 65세)는 지난 2012년, 당시 19살이던 아들을 ‘뇌사’로 떠나보냈다. 2010년 직장을 퇴직하고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로 귀농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 씨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도와주던 아내와 아들 탄휘 군 덕분에 초보 농사꾼의 고된 생활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김 씨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탄휘 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를 판정받았다. 2012년 3월 17일, 꽃다운 청춘이었던 열아홉 소년 탄휘 군은 간과 각막을 기증하며 세상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은 김 씨 부부는 이후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러던 2014년,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된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찾은 김 씨 부부는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다시 소모임에 참석한 김기성 씨 부부는 같은 아픔을 경험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0여 명과 사별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눴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선배 도너패밀리들이 노래 ‘만남’을 열창하며 환대의 인사를 건넸다. 도너패밀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처럼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는 김 씨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을 탄휘가 오늘따라 더 가까이 느껴진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서 특강 ‘Never Ending Story’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맞춤형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도너패밀리들이 자신의 슬픔을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특강은 그림 그리기, 클레이 아트 등을 통해 가족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풀어낼 수 있는 마음 챙김법과 사별의 상실감을 줄이기 위한 긍정 감각 깨우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특강을 진행한 CCC순상담센터 이혜란 센터장은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도너패밀리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며 “유가족들이 건강한 애도 과정을 통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거름 삼아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강 프로그램 중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드는 존재를 그리는 시간에 고인이 된 아들을 빼닮은 손자의 얼굴을 그려놓고 연신 입을 맞춘 추금옥 씨(여, 67세)는 “그동안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너무 혹사한 것 같다.”라며,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들과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씩씩하게 살아가겠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추 씨의 아들 故 이동연 씨(기증 당시 36세)는 5년 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도너패밀리간의 지속적인 교류로 맺어진 깊은 유대감은 서로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되어 왔다”라며,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확대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유가족들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본부는 2013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를 발족하고, 지역별 소모임, 이식인과의 1박 2일 캠프, 1일 추모공원, 기증인 초상화 전시회 등의 예우 프로그램과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를 위한 장학회를 운영하는 등 도너패밀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활발히 지원해 왔다. 특별히 오는 10월 21일부터는 본부가 CCC 순상담센터와 손잡고 개발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8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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