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1990년대 이후 교인의 수평 이동이 부쩍 늘었다. 2017년 목회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수평 이동의 교인 비율이 45%~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는 교회를 옮겨 다니는 교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교회에 등록하면 평생 다닌다는 의식이 무너졌다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지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더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다 보면 다른 교회의 예배 실황도 유튜브 영상에 줄줄이 올라오는 것을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여 접속하게 되고 다른 교회의 설교를 듣게 된다는 점이다.

다른 교회의 설교를 듣다 보면 한 교회만 다닐 때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이 그렇지 않아도 교회의 문제로 인해 교회를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던 차에 떠날 결심을 굳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교회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신앙의 본질적 갈등이다. 특히 율법주의나 기복적인 설교에 진력나 있을 때 복음을 제대로 깨닫고 아는 성도라면 갈등이 올 수밖에 없다. 특히 참 복음을 전하는 설교를 접하게 되면 이런 갈등이 증폭된다. 이럴 때 그 교회를 떠나 복음이 있는 교회로 옮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교회를 옮긴다면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같은 본질의 문제가 아닌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화나 상처를 입고 교회를 옮겨가는 교인들도 있다. “여북하면 오랫동안 다니던 교회에서 다른 교회로 옮겼을까?”라는 점에서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만, 이런 이유에서 옮기는 것이라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어느 교회에 가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주님의 지체이다. 그리스도인은 한 몸 한 지체이며 교회이다. 따라서 어떤 갈등이 올 때 서로 용납하고 풀어야 한다.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4:3)라는 이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갈등과 불화가 발생하면 서로 용서하고 화목을 시도하는 대신 그 교회를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교회를 떠나 불화한 교인과 영원히 담을 쌓고 사는 교인들을 볼 수 있다. 하기야 교단 총회에서도 목회자들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화해하지 않고 갈라서서 원수같이 지내는 마당에 일반 교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아이러니한 점은 불화와 분쟁의 당사자들이 사랑 타령을 누구보다 많이 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이 없어 분쟁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 있으면 화해해야 옳고 교회를 떠나면 안 된다. 싸운 사람 보기 싫다고 교회를 떠나면서 사랑이 없다고 말하면, 결국 자신에게 사랑이 없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정한 사람과의 문제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교인도 있지만, 모나고 까칠한 성격으로 인해 교회에 적응 못 하고 쉽게 교회를 떠나 이 교회, 저 교회 옮겨 다니는 철새 교인이 적지 않다. 옮겨 다니는 핑계도 참 다양하다. 어떤 교인은 위로하는 설교를 하지 않는다며, 또는 설교가 딱딱하고 재미없다면서 철새처럼 교회를 옮겨 다니는 교인도 있다. 예배 중에 복음송을 한다고, 반대로 복음송을 하지 않아서 교회를 떠났다는 교인도 있다. 예배 순서만 자기 입맛에 맞지 않아도 트집을 잡고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세상에 자기 입맛에 딱 맞는 교회는 없다. 진리의 문제가 아닌 일에 자기 눈높이에 맞지 않을 때마다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면 어느 교회로 옮겨가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회는 특정한 교인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구미대로 교회를 핸들링하려 말고 까탈스러운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