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장로교 총회들이 끝났지만 여전히 씁쓸하다. ‘뻔뻔함’을 넘어선 예장통합에서의 모습은 ‘치유’를 총회주제로 내걸며 용서받을 당사자를 추켜세웠다. 교단 공공성의 엄위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욕에만 급급해하는 양심이 마비된 사람들로 보였다.

10년 전 세습금지법을 제정한 장소인 명성교회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교회는 물론 사회에까지도 걱정을 끼치던 세습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양 예장통합 교단은 명성교회에서 정기총회를 가진 것이다. 반대가 심했고, 명분도 약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통합 교단의 세습 금지법이 살아 있는 한 명성교회의 치부는 가려진다고 해서 가려질 수 없는 것을 아는 명성교회와 교단 관계자들은 아예 그 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는 상황이다.

교단법이 있는데 버젓이 편법세습을 하고, 교단에서 잘못된 것이라는 판결에도 명성교회와 관계자들은 수습안을 만들어 교단은 명성교회의 세습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하는 기나긴 과정을 겪어왔다. 그 기간이 10년이고, 여전히 그 판결은 잘못된 것임을 양심과 상식이 있는 이들은 다 아는 상황에서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에서 한 것이다. 누가 봐도 확실하게 면죄부를 주고, 개 교회에 교단이 점령당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개회예배 설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극치였다. 총회장에 등극하게 되는 김의식 목사는 노골적으로 말했다. “10년간 비본질적인 문제로 싸우고 있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김 목사는 ‘용서에는 어떤 조건이나 시효가 없다, 용서하지 않는 마음으로 인해 치유 받지 못하니 점점 분노하고 마음의 감정이 극심해졌다’고 그 문제의 원인인 명성교회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만 강조했다.

또 김 목사는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과 은혜를 먼저 체험하고 감격하면서 어떠한 원수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마음의 상처라도 기적적으로 치유받을 줄 확실히 믿는다’고도 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어떻게 ‘명성교회 세습’으로 둘러싼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은 아무 죄도 없는 분인데,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지셨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당사자인 명성교회가 잘못을 인정하고 교단법대로 세습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간단한데 명성교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죄의 구렁텅이에 끌어들였다. ‘명성교회에서 재정적으로 개 교회나 교단이 얼마나 도움을 받았느냐’는 논리였다. 그리고 교단은 통째로 거기에 빠져버린 모습이다.

양심 있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다 안다. 그러나 명성교회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 구렁텅이 속에서 ‘여기는 구렁텅이가 아니야’라며 안도의 숨을 쉬고, 자신들 편에 선 많은 이들과 자신들만의 세상을 꾸려가고 있는 듯하다.

‘맘몬’에 굴복한 교회와 총회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힘과 권력이 자신들에게 있으니 부러울 것 없다는 표정이다.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듯하다. 예수님은 힘과 권력에 휘둘리거나 굴복하지 말고 자신을 따르라고 하신다. 명성교회와 교단은 지금이라도 돌아서서 그 길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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