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50주년 52차 학술대회에서 ‘신학교육의 방향’ 모색

풀러신학교 이학준 교수 ‘대전환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주제강연

“새로운 상상력이 신학교육에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주었고,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교회와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이학준 박사가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이학준 박사가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신학교육은 제도와 조직의 생존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 오늘날과 미래의 시대가 요청하는 생태적, 인류애적, 공동체적 전환을 위한 보다 큰 차원과 그림을 바탕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임성빈 교수)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이학준 교수(풀러신학교)가 ‘대전환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이란 주제강연에서 이렇게 신학교육의 변화를 촉구했다.

11월 4일 장신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 아래서 성취욕과 생존 경쟁에 내몰려, 자연의 파괴와 사회의 파편화에 좌절하는 현대인들은 종교, 특히 기독교를 향해 “개인 삶의 의미와 방향 제시를 넘어, 새로운 문명과 공동체에 대한 비전 등을 가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이것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이며 신학교육도 자연스레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신학교육은 제도적 교회를 위한 목회자 양성이라는 전통적인 틀을 넘어서,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공동체 실험을 동반하는 유기적인 것이 돼야 함을 이 교수는 강조하면서 “신학자는 전통적인 지식인이 아닌 유기적 지식인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학생들과 함께 신학교라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실천해 나가야 하며, 이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공동체 실험은 자연스레 새로운 교회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새로운 상상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어거스틴은 로마의 쇠퇴와 몰락에 대한 책임을 기독교에 돌리고자 하는 로마 사람들에게 경을 바탕으로 정치철학, 신국론을 제시했고, 루터와 칼빈은 개인 양심과 성서의 권위를 강조하고 만민 제사장론 등을 제창하는 새로운 신학적 상상력을 통해 대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헌법 등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놓았음을 언급한 이 교수는 “이 상상력이 신학교육에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주었고,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교회와 공동체를 탄생시켰다”고 소개했다.


언약적 상상력

이 교수가 생각하는 성경적인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은 ‘언약 공동체’, 우리 고유의 말로는 ‘상생’, 신-인간-땅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성서의 가장 큰 두 사건, 즉 구약의 출애굽 사건과 예수의 십자가-부활의 사건 이후에 등장한 공동체가 언약 공동체라고 제시하면서, “성경에서 언약은 편중된 권력과 부의 지배구조 대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애굽의 바로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시온산의 언약과 언약/안식일의 경제였으며, 예수님과 초대교회의 새 언약의 나눔과 공유, 돌봄의 경제가 로마 시저의 착취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종교개혁, 특히 개혁 전통의 경우 구약의 언약을 재발견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서의 언약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와의 지배구조에 대한 대안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종교개혁의 사회적 상상력인 언약의 공동체를 이제 우리는 사회 전 영역과 전 차원에 상생으로 확대 심화해야 한다. 즉 무엇보다 생태적이고, 유기적인 언약, 즉 지구와의 언약, 타인과의 언약, 타 종교와의 규범적 언약을 통해 세계화에 걸맞은 평화와 정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지구적 비전을 미가서 4장(이사야 2장)으로 이 교수는 제시했다. 즉, 모든 국가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여호와의 가르침과 율법 안에서 공동의 가치를 배우고, 평화와 상호협력을 추구하며, 모든 개인들은 경제적 빈곤과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지구공동체적 비전이며, 오늘 세계화의 시대에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되는 언약적 비전이라고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의 착취와 유혹에서 인류와 지구가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다움’의 자유와 상생을 누리는 공동체를 함께 꿈꾸는 교육이며, 좁게는 학교 안에서 이 꿈을 공유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로운 관계 가운데 상호 맺는 약속 관계를 바탕으로 정체성과 확신, 섬김의 리더십을 키워가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가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br>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52차 정기학술대회가 ‘대전환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실험: 대안의 공동체로서의 신학교

이 교수는 새로운 상상력과 함께 신학교가 신자유주의에 도전하는 대안의 ‘언약 공동체’ 실험을 제안했다. 즉, 신학교는 새로운 신학적 상상력을 담는 새 공동체,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안적 공동체를 실험해 보자는 것이다. 언약적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체감하는 공동체, 뚜렷한 정체성과 신앙적 확신을 가진 교수와 학생, 언약적 신뢰 가운데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제시했다.

“이런 공동체 속에서 무너진 학생들의 개인주체는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건강한 공동체 없이는 건강한 개인 주체가 없고, 동시에 건강한 개인 주체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든다고 볼 때, 신학교육은 바로 교육 현장을 공동체의 현장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런 공동체는 살아있는 신앙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교회 탄생(ecclesiogenesis)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곳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이와 같은 DNA를 가지고 새로운 교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정체된 조직보다는 살아있는 움직이는 무브먼트(movement)로서의 교회와 공동체를 찾고 있다”며 “지식과 정보도 중요하지만, 삶과 연결되지 않는 지식과 정보는 확신으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우리들의 신학교육이 어떻게 구체적인 삶과 현실 속에서 연결되고 작동되는지를 보고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몇 가지 대안 공동체로서의 신학교 예를 들었다.


1. 예수님의 모바일 신학교(제자교육)

예수님의 신학교육은 가르침과 복음선포, (치유)사역을 하나로 통합한 교육이었으며, 그는 종말론적인 하나님나라 비전을 전통적인 유대인 삶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대안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로마의 제국주의 (시저이즘)에 대한 역사적-문명적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이 교수는 짚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예수는 이를 삶으로 실천했는데(눅 4:18), 그의 비전은 출애굽을 우주적으로 확대한 것이었으며, 구약의 모든 언약들을 완성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예수님의 사회적 상상력(social imaginary)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타인을 형제-자매로 여기는 하나님의 나라였다.”

그는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야웨 신앙을 실천했으며, 평등하고, 상생적이고, 상호 돌봄의 공동체를 통해 상상력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육화되는가를 몸소 제자들에게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2. 사도 바울

사도 바울은 디모데, 디도, 누가, 브리스길라, 아굴라 등과의 관계를 통해, 삶을 나누는 교육, 삶속에 나타나는 제자도와 신학적 사고, 그리고 삶의 전부를 신학적 성찰로 해석해 내는 훈련을 보여주었다고 이 교수는 소개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본받으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데,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신학적 확신을 삶으로 살아내는 모습의 신학교육이라고 언급한 이 교수는 “저는 초대교회의 힘이 신학적 확신의 견고함과 그 깊이, 그리고 삶의 모범이 있는 실천이 결합한 것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즉 이것이 변화의 불씨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럽의 중세 시대에도 여러 수도원들이 콘스탄틴 이후의 권력화된 기독교와 선을 긋고 신앙적 양심을 지키고 같이 성서를 읽고, 노동과 명상으로 삶을 나누는 대안적 공동체(예, 베네딕트, 끌레어보어의 버나드)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3. 본회퍼의 지하신학교

본회퍼의 지하신학교도 나치 제국의 그늘 하에서, 종전 이후 새로운 유럽을 꿈꾸는 대안적 언약공동체였음을 이 교수는 소개하며 “그는 뜻을 같이하는 고백교회가 보낸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고, 명상하고, 토론하였으며, 음악과 운동을 즐겼다. 깊은 신학적 탐구와 삶의 나눔이 있었다”며 “본회퍼의 신학교는 중세의 수도원을 모델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배움의 공동체들은 한결같이 상호존중과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친밀과 신뢰의 공동체요, 깊은 정체성(또는 정체성 심화)에 바탕 둔 진리 추구의 공동체였다고 이 교수는 언급하면서 “ 크지는 않았지만,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였다. 즉 성서적 언어로 말하지만 언약적 관계의 배움과 선교적 공동체였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몇몇 대안공동체로서의 신학교를 이 교수는 소개하면서 “앞으로 신학교육은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 가는 교육, 몸을 통해 가슴이 변화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면서 “예수, 바울, 본회퍼 등은 깊은 신학과 더불어 삶으로 신앙을 살아낸 사람들은 언약의 드라마 안에서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대하는 신학교육을 나름의 방식으로 실천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곳곳에 이런 지하신학교들을 만들어야 함을 제안했다. 한국 신학교 중에는 특히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는 학교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이를 소그룹으로 잘 활용해서 살아있는 지하신학교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정체성과 영성 형성과 목회 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몇 개의 소그룹을 모아,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선교사역을 하게 하고 학점을 주거나, 아니면 여름 현장 학기를 통해 타지역에 가서 같이 살며, 신학수업과 지역사회 선교를 병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신학교들은 불가피하게 그 규모가 작아질 것이라고 이 교수는 예측하면서 “작은 언약 공동체 실험은 신학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강연에 이어 ‘2023 학술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선정된 2개의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며, 한국구약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조직신학회, 한국기독교윤리학회 등 14개 회원학회별 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서울신학대학교 황덕형 총장이 신임회장에 선출됐다. 한국기독교학회는 1973년 발족해 산하에 모두 14개 회원학회가 있으며, 전국의 신학대학교 및 기독교대학의 교수들이 어가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가 50주년을 맞아 기념 케잌 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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