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나 예배의식에서 회칠이나 화장을 버리고, 근본을 찾는 무서운
진리추구와 수련행각을 하면 좋겠다

김조년<br>한남대 명예교수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의 한 부분에 우리가 잘 아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원숭이를 사육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원숭이들에게 먹을 것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 대중들이 화를 내고 야단을 쳤다. 그러니까 원숭이 사육사가 ‘그럼 도토리를 아침에 4개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원숭이 대중들이 아주 손뼉을 치며 좋아하고 열광하였다는 것이다. 하루에 주기로 한 7개에는 전혀 변화가 없지만, 다만 아침과 저녁에 주는 것을 살짝 바꾸어 주겠다고 한 것 뿐인데, 그것을 받는 원숭이 대중들은 희노애락이 뒤바뀌더라는 것이다. 근본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살짝 껍데기에 덧칠한 것뿐인데, 그것을 보고 아주 기뻐하더라는 것이다. 

이 글을 썼다는 장주가 원숭이를 예로 들었는데, 정말로 원숭이들이 그렇게 하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원숭이를 어리석은 존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많이 미안한 것이지만, 우리 사람들의 행사가 바로 원숭이가 좋아하고 골내는 것같은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하는 것을 말하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집단생활, 사회생활 속의 관계는 대개 여기 『장자』에서 말하는 ‘조삼모사’라 해야 할 것이다. 요사이 선거철이 되니까 되지도 못한 정당이나 정치가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표를 받기 위하여 마구잡이로 정책을 쏟아낸다. 말을 묘하게 꾸며서 사람들이 혼란하여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쏟아낸다. 그러니까 세금을 깎아준다거나 이러저러한 데는 세금을 더 내게 하고, 저러한 곳에는 세금을 적게 한다거나 하는 말을 내뱉는다. 은행 이자를 요렇게 하고, 노인들에게 지하철료를 감해주거나 기차표값을 얼마 할인하게 한다는 정책을 편다. 

이런 것을 보고 정치가들이 자기들을 위하여 잘한다거나 잘못한다고 칭찬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여기에다가 어떤 기관을 세우고, 저기에다 이런 기관을 세운다고 말할 때, 다시 말하면 고속도로를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 만든다고 발표한다. 그것에 따라서 전국이 요동친다. 요렇게 하는 것과 저렇게 하는 것에 따라서 여기 살고 저기 사는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칭송과 비판을 번갈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지하거나 반대한다.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이리 몰리고 저리 쓸리면서 그들을 따르고 지탄하기도 한다. 정치가나 사회지도층에 속하는 것들은 그러한 여론이나 분위기를 잘 분석하여 또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주장한다. 이것이 사회생활하는 기본상태인 듯하다. 그것이 끝없이 반복되고, 번복된다.

그러니까 근본은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살짝 겉만 바꾸어 화장하면 사람들은 마치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달라진 것처럼 알고 발광한단 밀이다. 대개의 정치개혁이라거나 사회개혁이라는 것이 이런 식의 겉모양 덧칠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일반 시민은 어리석은 존재라고 치부하고 다스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멍청한 사람들로 알고 정책을 펴는데도 사람들 대부분은 그냥 멍하니 입만 헤벌리고 누르면 눌리고 끌면 끌려가고 몰아내면 내몰린다. 누가 맘에 들고 누가 싫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바위처럼 굳게 터를 잡고 살아가자고 외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 같은 삶을 청산하자는 외침이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진리를 살고, 근본을 살자는 깨우침과 주장이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던 것을 살짝 바꾸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하는 사기행각이 아니라, 도토리 자체를 확 다른 것으로 바꾼다거나, 자기 스스로 삶의 틀을 바꾸어 보는 일이다. 

그러니까 정치라는 것을 무시하거나 멀리 떠나서 진리를 실현하는 삶을 스스로 꾸리고, 친구들과 함께 꾸려서 당당한 삶을 살아보는 일이다. 예수가 그랬고, 석가가 그랬던 것같은 근본혁명을 해보자는 실험이 작고 진지하고 지속해서 나타나면 참 좋겠다. 종교들도 학문들도 경제생활도 이 ‘조삼모사’의 회칠활동을 넘어 근본으로 돌아가는 근본혁명의 길을 찾으면 좋겠다. 나는 특히 진리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종교인들의 회칠 행위가 없어지면 좋겠다. 설교나 예배의식에서 회칠이나 화장을 버리고, 근본을 찾는 무서운 진리추구와 수련행각을 하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라는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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