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살다, 길을 묻다 ② - 성공회 김홍일 신부(한국샬렘영성훈련원 원장)

 

   통성기도, 집회 등 전통적인 것으로는 안 되는   

  시기를 만나보니 영성 목회 도입하는 것 같아    

김홍일 신부
김홍일 신부

●●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이하 샬렘)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해주시지요.

- 미국 샬렘 내용을 우리 한국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체적으로 교회를 어떻게 관상적인 공동체로 변화시킬 수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어서 교회가 변화돼서 그 교회를 통해 또 세상을 밝히는 것이 샬렘의 비전입니다. 그러니까 주로 리더십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우선 관상기도를 소개하고 피정을 인도하는 과정이 1년 반에서 2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영적 지도인데, 우리가 기도하며 경험하는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영적 동반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목회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즉 지도-안내-목회는 한 교회가 변화하려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성지도를 잘 받도록 형성돼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기도하면서 잘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목회자는 그 전체 과정을 다 이해하면서 목회에 녹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메인 프로그램 세 가지 외에 요즘에는 솔로브 리더라고, 기업경영에 영성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이 미국 샬렘에서는 진행되고 있어요. 경영에서도 영성에 대한 관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 교회(목회)에 잘 적용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  영적 지도자 프로그램은 현장 사역에서 잘 적용되도록 돕는 것고 있어요. 1년여 과정의 ‘회중 영성형성을 위한 목회자 리더십’에는 매년 15-20여 명의 목회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님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샬렘 프로그램을 한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가 미국 샬렘에 갔더니 한 2년 전에 그분이 먼저 했다더라구요. 그리고 지식인들이나 문화인으로 구성된 교회나 규모가 있는 교회들 중에서는 전통적으로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잘 작동이 안되면서 방향을 틀어 샬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회(동숭교회, 나들목교회 등)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런 것을 보면 이제 기존에 일정한 규모를 갖춘 교회들이 통성기도, 집회 등 전통적인 것으로는 안 되는 시기를 만나보니 영성 목회를 도입해 보는 것 같아요. 그러나 문제는 저희의 프로그램을 교회 성장의 한 도구로 생각하면 어렵게 된다는 거에요. 교회 내에서도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게 되면 기존 교인들의 저항이 있으니 쉽게 목회자들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금 안정된 교회에서는 방향을 이쪽으로 전환해 가는 시도들이 있는 것을 봅니다.

●● 이번에 진행하는 제기 ‘회중 영성형성을 위한 목회자 리더십’ 과정을 설명해 주십시오.

- 대부분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많아요(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는 장학금제도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회중 영성 형성’을 지도하는 과정이라서 6개월 가량은 대면과 비대면 교육으로 개인의 영성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그것을 기반으로 회중 영성 형성을 위해 실천하는 과정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신자에게 직접 적용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교육이 이뤄집니다.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함께 경험을 나누는 그런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선하시고, 일하시는 것을 믿고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해 가시도록 기도하고 분별하도록 도와주는 것    
 

●● 오래 전에 5년 정도 전국의 기도원이나 피정집, 교회를 다니면서 기도하고 공부하는 모임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 나눔의 집 할 때도 영적 소진이 있어서 동료들하고 모여서 5년간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 정도 교회나 피정집에 모여서 기도를 배우고 공부하는 모임을 했죠. 그것이 성공회 영성센터로 시작이 됐어요. 그 이후에 박경조 주교님이 추천해서 미국 샬렘에 가서 공부하게 됐어요. 제가 공부하고 들어온 후에 미국 샬렘을 초청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샬렘이 생기게 됐어요. 이런 기관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초교파적으로 함께 한 초교파 목회자 50여 명이 모였는데 한국에도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지게 됐어요. 2007년부터 모임을 갖다가 2012년에 한국 샬렘이 만들어지게 됐어요. 그 과정에 처음으로 참여했던 분이 10명이었어요. 

저는 원래 필리핀에 가서 영적 지도 공부를 하려고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그때 미국 샬렘 설립자인 틸든 에드워드가 미국의 메인 프로그램을 하도록 장학금을 줄테니 와서 공부하라고 해서 그 과정을 하고 나서 한국에 와서 8명의 목회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을 같이 공부하고 기도하는 모임을 3년 동안 했던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샬렘을 만드는 중요한 에너지가 됐어요. 

●● 프로그램에 ‘영적 지도’라는 것이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 한 사람이 성령 하나님의 인도에 따라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하나님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선하시고, 일하시는 것을 믿고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해 가시도록 기도하고 분별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에 오랫동안 있던 것인데, 보통 수도원 안에서만 진행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상담하는 사람들도 이쪽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심리학이나 상담 가지고는 잘 풀리지 않는 영역들이 있으니까 영성적으로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영적 지도 프로그램에 많이 들어옵니다. 또한 시민운동가들도 있구요.

●● 신교에서 늘 기도하고 말씀 읽는 것은 늘 하고 있는 것인데, 어떤 점이 제일 다른 것일까요.

- 우리는 이제까지 기도하면 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간구하며 부르짖어왔어요. 기도를 보통 하나님과의 대화라고 하는데, 우리가 요청했으면 하나님이 하시는 이야기도 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죠. 내 이야기만 하고 끝내버리죠.

내 기도의 목적은 하나님과 일치하는 거에요. 우리의 뜻대로 하나님을 조종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뜻대로 내가 순종하는 게 기도의 목표에요. 주기도문의 가르침이 바로 그거에요. 우리의 뜻대로 하나님을 조정하는 것은 샤먼의 기도에요. 
 

  내 기도의 목적은 하나님과 일치하는 것.   
  우리의 뜻대로 하나님을 조종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뜻대로    
  내가 순종하는 것… 주기도문 가르침이 바로 그것


●● 신자의 기본인 기도에서부터 무언가 잘못됐다고 보시는 거군요. 한국교회가 침체기에 있고, 비판받는 여러 요인 중 하나도 기도의 내용에서 무언가 잘못돼 있는 거 같네요. 샬렘에서 하고 있는 관상기도 하면 뭔가 달라질까요.

- 글쎄요. 저희가 소개하는 관상기도는 주로 수도원에서 하고 있는 거에요. 사실 미국에서도 약간 논란이 있어요. 백인들이나 교육 수준이 있고 성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고 이런 영성기도에 접근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위에서 ‘듣는 기도’라고 했는데, 관상적인 영성이라고 할 때는 듣는다는 개념보다는 하나님과의 친밀함 속에 머무는 것에 더 가까워요. 관상(觀想)이라는 말을 쓸 때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기도 중에 우리가 경험하는 어떤 상태, 모든 것이 다 비워지고 아주 고요한 중에 있는 상태에요. 하나님을 향해서 순간마다 자기를 여는 것이죠(opening to God). 그러나 그 순간 우리 안에서 실은 다른 태도나 반응,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우리가 깨어 있다, 알아차린다는 그때는 하나님을 의식하는 것이죠. 사실 기독교 전통 안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도에 접근하는 게 많이 있어요. 

●● 세계기독교는 동서방교회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교회는 아무래도 서방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동방교회 전통이 약화돼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기독교 전통 안에는 무념전통과 유념전통이 있다고 그래요. 부정적, 무념적인 접근 방법으로 “아포페틱”(Apophatic) 유형의 대표적 영성가는 가톨릭 예수회 창설자인 16세기의 이그나티우스 로욜라는에요. 반면 긍정적이고 상념적인 접근 방법으로의 “카타페틱”(Kataphatic) 유형이 있어요. 지금까지 그 두 유형은 계속 기독교의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어요. 

그런데 현재 세계 영성운동의 흐름은 베네틱트 트라피스트라고 보고 있어요. 20세기 들어서  영성을 찾아 서양 사람들이 인도를 찾아가는가 하면, 동양 종교로 넘어가기도 했죠. 그러면서 무념전통을 회복하는 이들이 관상기도를 다시 찾아 회복시키게 된 것이지요.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같은 것이 다 베네딕트 계열에서 이어진 것이라고 해요. 미국인들은 향심기도 (centering prayer)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유럽에서는 기독교 명상(christian meditation)이라고 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 신교 신자인 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기도네요. 그러나 워낙 사회가 다양하고 다변화하는 상황이라 필요성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 용어도 그렇고 익숙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16세기에 종교개혁으로 신교가 태동이 되면서 ‘목욕물만 버려야 되는데 그 안에 있던 아기까지 버렸다’ 얘기처럼 우리가 보존하고 이어나가야 할 것까지 버린 것이 너무 많아요. 회복할 것은 회복해 나가야 해요. 한국은 워낙 장로교가 강해요. 루터교만 해도 그렇지는 않거든요. 감리교는 성공회에서 나와서 유사한 게 많아요. 장로교는 종교개혁을 좀 급진적으로 하는 모습, 루터는 수도자였지만 칼빈은 수도자가 아닌 것에서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국 샬렘의 경우에는 가톨릭까지 포함해서 에큐메니칼하게 모임을 하고 있어요. 신학적으로도 지금은 예배학에서도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 

●● 샬렘에서 훈련 받는 이들은 대부분 여러 교단들에서 참여하시는군요. 평신도들도 훈련 받는 이들이 있나요.

- 많이 옵니다. 비율로 보면 목회자와 평신도가 비슷해요. 목회자들은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신자들은 더 자유롭게 다니는 것 같아요. 우리 샬렘의 이사분들 중에는 장로교 신자분들이 많아요. 그런 목회자가 있는 교회로 찾아가는 것 같아요.   

  가정주부는 가정에서 사제로 사는 거에요.   
  일터가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그곳에서   
  시대적 삶을 사는 게 하나님 나라를 사는 것  


●● 한국교회 현장에는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워낙 많다보니 교단적으로 이중직을 허용하는 추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은 오랫동안 전통적인 교회가 아닌 지역에서 나눔선교를 하신 경험이 있는 분으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 사회와 교회가 굉장히 많이 변하고 있어요. 제가 새로 발령받아 지금 사역하는 교회는 규모가 있고 건물도 있으니까 새로운 신자들이 오죠. 그러나 요즘은 30, 40명 모이는 작은교회는 아예 안 가려고 해요. 신자들이 부담 없는 교회를 선택해서 서비스도 받으며 가려 가고 있어요. 앞으로 이런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거고 미자립교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 속에서 이제 교회의 형태나 목회 양상도 굉장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이 됐죠.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이라고 불리는 FX(Fresh Expressions of Church, 선교적 교회)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 동안 교회가 실천해 왔고 익숙한 선교와 사역 방식들이 더 이상 작동이 잘 되지 않으니 교회 밖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회 안의 사람들에게조차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교회가 새로운 길과 사례들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영국은 목회자가 아니라 신자들이 절반 이상 운영하는 공동체에요. 성찬을 할 때면 목회자를 초대하죠. 

한국도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는 거죠. 사회의 다변화 속에서 다양한 이들을 품고 가야 하는 공동체가 늘어날 거에요. 성공회 대학에도 FX(선교적 교회) 과정이 생겼죠. 영국과 유럽 교회에서 FX의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파이어니어(Pioneer)’ 양성과정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한국적 파이어니어들을 양성하고 있어요(석사과정).

저희 이사님 중에 이민재 목사님이 어느 글에 쓴 내용 중에 ‘기도가 변하니 모든 게 변하더라’고 하셨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 부르던 찬양을 하기가 어렵고, 예배와 찬양, 그리고 목회 자체가 변했다는 고백을 하셨어요.

●● 신부님은 어떠셨나요. 영성에 대한 접근을 하시면서 변한 게 있으셨나요?

- 제가 처음 다니던 교회는 방언하고, 기도원에서 통성기도하고 방언기도 하는 교회였어요. 그런데 그 당시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조용히 하는 기도가 그때도 좋았어요. 저에게는 이 기도가 맞는 거였어요.

●● 한국에는 가나안(교회 안나가) 신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거품이 많았는데 올 것이 온 것이라는 반응과 우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다가 유럽교회처럼 현저히 출석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요.

- 현대교회의 가장 큰 적은 소비주의라고 하잖아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쇼핑 가는 사람들처럼 하나의 소비 품목으로 교회를 선택해서 가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신자들 중에는 교회를 안 나갔는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네, 교회가 정말로 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반면 영적인 갈망이 있으니까 자기 안에 있는 이런 영적인 갈망을 잘 구현할 수 있는 교회를 가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교회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 샬렘영성훈련원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요.

- 교회를 잘 되게 하거나 성장하게 하는 것이 이제는 비전은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나라 일에 우리가 참여하는 거죠. 그렇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 거에요. 언급했던 FX 차원에서 보면 이제 선교를 해외 나가는 것으로만 보면 안 되죠. 사실 가정주부는 가정에서 사제로 사는 거에요. 일터가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그곳에서 시대적 삶을 사는 게 하나님 나라를 사는 거죠. 또 교회는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양육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에요. 하나님 나라를 잘 분별하고 그것에 순종하도록 저희 훈련 프로그램은 비전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을까, 잘 순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 내 삶에, 목회에 어떻게 그것을 잘 구현해 내도록 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어요.    

●● 앞으로도 샬렘의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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