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치고 소외된 이들의 상처 어루만져주고, 끌어안고 격려해주는 성령의 위로가 흘러나와야
영성 있는 삶이 중요.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며 하나님을
만나야 … 그 다음에 말씀이 우리 삶에서 살아 움직여야… 그러려면 성령의 역사가 임하시도록 해야
백종선 목사
●●●해가 바뀌었지만 세계 곳곳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고, 국내 정치나 경제 사정도 지지부진하고, 교회 모습들도 코로나를 겪었으면서 많은 어려움과 변화가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교회의 제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많은 변화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교회는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 교회 기도원(서산 엘림기도원)에는 연말 연초면 목회자들이 개인적으로 와서 조용히 금식하고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한 해를 준비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 숫자가 급격히 줄었어요. 이건 비단 우리 기도원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교회 전체 상황이라는 점에서 볼 때 심각한 현상이에요. 그만큼 기도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코로나19 이후 교회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는 철칙이 무너진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 한국교회는 주일성수가 힘이었고, 우리 신앙생활의 가장 기본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개념이 희박해지고 무너지는 등 흐름에 편승하기 급급한 것 같아요. 토요일에 예배드리는 교회들도 많아지고 있구요.
모이는 예배에서도 그러니 예배 출석률뿐 아니라 헌금도 줄고, 모임도 적어지는 상황이 현실인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해도 이런 원칙은 교회가 잘 보존하고 키워가야 한다고 봅니다. 예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을 제일로 여기며 살려는 자세입니다. 예배는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우리의 헌신이고 신앙 고백인데, 그것이 무너져 버리면 하나님이 1번이 아니라 사람 관계가 우선이 되죠. 그렇게 되면 인본주의에 휩쓸리게 되고 신앙은 변질됩니다.
●●● 기독교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많이 비판 받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조사 보니까 호감도 면에서도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하나님 제일 중심으로 열심히 해온 것 같은데, 이런 결과를 보면서 사회 속에서 생활화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하나님 제일 중심에서만 끝나지 않고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삶에서 묻어나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기주의나 또 교권 속에서 다투고 분쟁하는 일이 많잖아요. 물질과 명예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 배후에는 영적인 어떤 사탄의 공격이 있겠지만, 그 빌미들을 교회가 주는 면이 있다 보니까 교회 이미지가 타격을 받게 되고 있어요.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원하는 부분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유럽의 복지국가 못지않게 정부가 다 해주고 있으니 교회의 그런 역할도 큰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세상에 감동을 주는 삶이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개인주의, 이기주의 속에서 똑같이 흘러가고 자기희생, 자기부정이 없는 삶이다 보니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교회가 대외적으로 크게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그리스도인들 개인의 삶 속에서, 평범한 직장 삶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그리스도의 빛이 드러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러다가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그걸로 자기 신앙의 본분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세상에 어떤 감동과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예배드리는 만큼 삶에서의 예배자로 살아내야 합니다.
●●● 주일에 예배 잘 드리고, 친교와 봉사를 좀 하면 됐지 하면서 그 이외의 것은 목사님들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식이 신자들 속에 은연중에 있는 것 같아요. 자기희생이나 자기부정 이런 것들을 해나갈 힘이 약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 의지나 감정만 가지고는 안 되잖아요.
- 그러니까 결국은 성령의 충만한 역사 속에 붙잡혀야 되는 것이 답입니다. 그런 힘은 개인의 영성과 기도 속에서 나옵니다. 기도의 불이 꺼져가니 그 힘이 어디서 나겠어요. 이 불은 에너지, 힘이잖아요. 성경의 말씀을 기차로 비유해 보면 말씀은 레일이에요. 탈선하지 않고 레일 위로만 가야 해요. 말씀 역시도 바른 길을 제시하는데 그걸 머리, 이성적으로 말씀을 통해서 충분히 제시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결국 기도속에서 나옵니다. 한국교회가 기도의 불이 꺼져가니까 실천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정말 성경을 몰라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을 몰라서 그렇게 못 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기독교계 방송이나 유튜브에도 수없는 설교들이 있을 정도로 말씀의 홍수시대니까요.
그리스도인들 개인의 삶 속에서, 평범한 직장 삶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그리스도의 빛이 드러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머리는 점점 커지는데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복주의가 많이 좀 극복된 것 같지만 여전히 본인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기도 중심인 것 같아요.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삶에서 성령을 모시고 사는 삶이 가능할까요.
- 우리나라가 못 살고 어렵고 아파도 병원 갈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는 그냥 예수님 믿으면 병 고치고 부자 되고 성공하고 잘 되고 하는 메시지가 많았고, 그것이 통했지만 지금은 그런 메시지가 통하질 않잖아요.영성 있는 삶이 중요합니다. 첫째는 예배가 살아야 되는데,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며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 다음에 말씀이 우리 삶에서 살아 움직여야 되는데, 그러려면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 임해야 돼요. 우리 마음을 성령님이 열어주셔야 해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나야 합니다. 감동하면 눈물도 나오고, 자기 존재의 부족함을 알게 되잖아요. 그 속에서 성령님이 주시는 힘으로 용서할 수도, 사랑할 수도, 희생할 수도 있게 됩니다. 내 의지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잖아요.
자기를 넘어선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요. 예수님이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그 자기부정의 벽을 넘으려면 성령님의 역사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는 늘 말씀과 기도 속에서 깊이 말씀을 묵상하며 자기를 깨뜨리며 살아야 하는데, 현대인들이 너무 바쁘잖아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요. 그것이 탐욕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내재적인 타락의 본성인 탐욕을 세상은 계속 부추기는데 거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교회는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관, 즉 삶의 목적과 의식을 바로잡아주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 무슨 사회변화나 개혁 차원이 아니잖아요. 예수님은 그 이름대로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자로 오셨어요. 그래서 사람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에 대해서 더 강조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 무엇이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인가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치고 시달리고 소외되고 이런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끌어안고 격려해주는 성령의 위로가 또 교회 안에 흘러넘쳐야 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강단의 메시지들이 본질적인 측면에서 많이 설파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 오늘날에는 천국과 지옥 얘기는 잘 안 들리는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 보면 이제 나이가 있고 이제 삶의 마지막 정리하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니까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할지를 바라보게 돼요. 노년이 되면 많은 상실감 속에서 영적인 것, 하늘의 소망과 영원한 생명을 채워서 더 강조하게 돼요.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힘을 키워가는 것도 중요하지요. 천국에 대한 소망, 또 인생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들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니 강단의 메시지에도 복음과 인생에 대해 더 진중하게 담겨지라구요. 젊은 사람들한테는 천국이나 지옥은 딴 나라 얘기 같겠지만 나이 든 세대들에게는 굉장히 공감되는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마냥 젊음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음을 더 실감하게 됩니다.
백종선 목사●●●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계도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거라는 전망이 많고, 세계 여러 곳에서 전쟁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인구 감소와 함께 신학교 경쟁률도 하강하고 있고,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 곳곳의 이상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어서인지 위기의식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우리가 보면 당연한 걸로 여겨져요. 성경에 주님 오실 때가 이제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는 말씀이 많잖아요. 그동안 하도 종말론을 들이댄 이단 사이비가 한국 사회에 너무 설쳐서 이 피해의식 때문에 종말론에 대해 굉장히 이제 조심하고 그러는데 성경에 보면 말세가 되면 사랑이 식고, 불법이 성하고, 자기 사랑하고,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나라와 나라가 민족과 민족이 서로 대적하고, 곳곳에 지진과 기근이 있을 것이라고 했잖아요. 앞으로 갈수록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신앙생활 하기도 점점 더 어렵고, 세상에 휩쓸려 살기 급급해 자기 믿음을 지켜나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돈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좋아하고, 물질을 사랑하는데, 그것은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경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좀 더 예수님을 따라 살아내도록 부단히 노력했으면…
자기부인의 싸움, 어렵더라도 하지 않으면 안 돼,
나를 내려놓고 겸손하게 주님 뜻을 앞세워서 살아야
●●● 최근에 보면 교단마다 이중직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고, 미자립 교회도 굉장히 많은 상황입니다. 한국교회 전체 교회 공동체인 기독교가 이런 부분에서는 뭔가 보완을 좀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자들, 교회들 간에 간극을 최소화해서 주님을 몸으로 하여 하나의 지체의식이 살아 있다면 공교회성을 높여갈 수 있으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 이제는 이단이 아니라면 교회들은 서로 공동체 의식으로 사역하고, 필요하다면 통합할 수도 있어야 교회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목회자 지원자들이 더 적어질 거에요. 내노라 하는 신학교들도 미달인 상황이니까요.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구요. 서울 외에는 부교역자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되구요. 그리고 오더라도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들 합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소명의식이 있어서 가시밭길이고 뭐고 주님 오라 하시시면 어디든 따르겠다는 의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거 없어요. 오죽하면 사례비 문제로 소송했다는 뉴스가 나오겠어요. 교회가 시대에 맞게 해야 할 것은 그런 부분에서도 확실히 해야 해요. ‘내 때는 이랬다’면서 가정을 꾸리고 생활해야 하는데 무작정 희생만 하라고 하면 안 되지요.
요즘 사회적으로도 나이 든 세대들은 은퇴하고 젊은 40-50대들이 이어서 역할들을 하는데, 교회도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의식을 가지고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연합기관의 모습들도 보면 기득권 가진 이들 중심으로 뭔가를 하려 하는데, 새로운 세대의 생각을 반영하고 함께 참여하면서 좀 더 발전적으로, 근시안적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를 염두에 두고 큰 그림 안에서 활약을 해주면 좋겠어요.
●●●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계는 활발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올 총선, 어떻게 보십니까.
- 여야 정치계의 지금 하는 행태들을 보면 정말 거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정도로 너무 극단화되고 발전적이지 않고 이상한 양상으로 가는 모습도 많아 걱정됩니다. 그리고 교회들은 또 거기에 휩쓸려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교회들도 많고요. 성경에 기독교 정신이나 성경에 반대되는 어떤 법안이나 그런 것들은 우리가 힘을 합쳐서 막아야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좌우 이념에 갇혀서 목회자들이 소리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개인은 자기 성향이 다 있는 것인데 그런 좌우 이념의 목소리를 교회 목회자가 내고 편 갈라서 몰려다니고 하는 것은 선교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야 모두 국민을 섬기는 것이 본분인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자당의 이익만을 좇은 행태에 많은 국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마음을, 표를 주지는 않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 새해에 꼭 강조하고 싶으신 말씀 혹시 있으실까요?
- 우리가 좀 더 예수님을 따라 살아내도록 부단히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부인의 싸움이 어렵더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를 내려놓고 겸손하게 주님 뜻을 앞세워서 살아야 합니다. 저 자신이나 우리 모든 한국교회 성도들, 특히 우리 목회자들이 겸손히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자기를 내려놓고 살면 개인이나 교회가 더 변화되고 사회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