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버지가 큰 사업을 하여 거부가 되었다. 이 아버지에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들이 있다. 이 아버지는 아들에게 일찌감치 자신의 유업을 법적으로 상속해 놓았다. 그러면 이 아버지의 유업이 누구의 것인가? 걸음마를 배우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이 아들의 것이다. 비록 아직 아기이지만, 법적으로 아버지 유업의 주인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린 아기이기 때문에 주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아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면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는다(갈4:7). 하나님의 유업을 받은 아들은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다(갈4:1).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에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찾고 이 확신 중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노예로 사는 성도가 많다.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작은 사고 하나만 나도, 아프기만 해도, 불안하고 두려움이 앞선다. “하나님께 정성이 부족한 것인가, 헌금 안 해서 그런가?” 이렇게 불안해한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을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왜 이런 사람으로 사는 것일까? 영적 어린아이라서 그럴 수 있다. 아기라서 하나님의 아들이며 주인이라는 정체성이 없다.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영적 어린아이에 머물지 않고 성장해야 아들의 정체성을 찾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영적인 성장을 통해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깨달아야 하고 아들로서 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한다. 성장하려면 참 생명의 떡인 복음의 말씀을 계속 들어야 한다. 영의 양식을 늘 공급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성장을 위한 요소가 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의 양식을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문제는 생명의 양식을 공급받고 싶어도 생명의 양식이 없는 교회에 다닌다는 데 있다. 생명의 양식을 주지 못하는 목회자가 담임하는 교회가 있다는 말이다. 목회자마다 설교나 성경 공부를 통해 나름대로 생명의 양식을 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성경만 읽어 놓고 세상 이야기만 하다가 설교를 끝내는 목회자도 많다. 어떤 목회자는 상습적으로 유명 목회자의 설교를 일부 표절도 아니고 통째로 설교하다가 들통이 나서 교회를 사임하기도 했다. 

이러한 목회자가 있는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은 영적으로 성장할 리 만무하다. 영적인 양식이 되는 복음의 진리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늘 어린아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영적 어린아이 상태에 있으면 분별력이 없어 끌려다니는 노예로 살아간다. 안타까운 것은 영적 노예로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목회자의 노예가 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자각을 못 하고 목회자에게 맹종하는 교인도 적지 않다.

최근에 목회자에게 종노릇 하다가 여기서 탈출한 교인들을 만나봤다. 이들은 오랜 세월 목회자에게 온갖 충성을 다했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목회자에게 무조건 충성해야 자식이 복을 받고 사업의 복을 받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상식선에서 목회자를 존경하고 순종했던 게 아니었다. 목회자의 뒷바라지를 거의 다 하면서 살았다. 심지어 목회자의 친구나 친척이 식당에 가면 밥값을 다 냈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제왕이 아니다. 교인은 목회자의 종이 아니다. 예수님은 섬기는 종으로 오셔서 생명을 주셨다. 부활주일을 앞두고 주님의 고난을 많이 묵상할 것이다. 그런데 왜 제왕으로 군림하는 목회자들이 있을까? 고난주일은 왜 지키고 부활주일을 왜 지키는 것일까? 제왕이 되고 싶어 지키는 것이라면, 더 늦기 전에 꿈 깨자. 그리고 생명의 양식을 공급하여 교인들이 어린아이 상태에 머물지 않고 성장하여 주님이 주신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해야 한다.

오세준 목사<br>새누리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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