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한 사람의 역량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는 현장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24개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총무)가 함께 한 자리였다. 3월 7일에 개최한 ‘한국교회교단장회의’ 1차 정례모임. 

이날 모임을 초청해 주관한 기독교단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이 회의를 진행했다. 안건을 모두 마치고 감독회장은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에게 한 말씀을 권했다. 장 대표회장은 이러저러한 덕담이 아닌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꺼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건과 의료사태에 대해 교단장회의 이름으로 입장을 내자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이철 감독회장은 ‘이승만 건은 내려놓고 의료문제 건’만 내자고 중재안을 냈다. 그러나 고신 교단 김홍석 총회장이 강경하게 반대했다. 사실 교단장들이 이리저리 내놓은 어떤 안에 반대의견을 내놓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연합과 일치를 명분으로 모인 단체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모두가 찬동하는 분위기일 때는 더 조심스럽다. 그런데 김 총회장은 두 번이나 발언했다.

김 총회장의 첫 번째 발언은 한국교회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을 산하에 두고 있는 교단의 책임자로서 ‘현장 전공의’의 얘기를 들어본 사람으로서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안된다는 발언이었다. 김 총회장은 “이 문제는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의 패착”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정면으로 반대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총회장은 “교단장회의에서는 각 교단이 흔쾌히 할 수 있는 내용만 하면 좋겠다”며 “이런 내용을 다룰 줄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장종현 대표회장은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고신 총회장님 생각을 조금 바꿔달라”며 의사들을 위로해주며서 복귀하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이철 감독회장이 중재에 나섰다. “입장문을 내되 교단장 모두에게 회람한 후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내지 않도록 하자”고.  의료사태에 대한 기독교 입장을 교단장 명의로 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홍석 총회장은 “이 시점에서 이런 성명서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 의견이 갈라지면 안된다”며 소신을 접지 않았고, 이 사안은 철회되었다.

만약 김홍석 총회장이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민감한 사안에 한국교회는 또다시 ‘한쪽’ 입장에 서는 모양새가 되었을 것이다. 정부의 개혁의지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부 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과정과 절차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다수의 국민들 마음을 저버리게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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