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십자가에 당신이 있는가” 예수의 최후 12시간을 그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세기 폭스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가진 시사회에서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화를 만든 멜 깁슨이 한 인터뷰에서 “`패션'은 예수의 고통이 인간의 죄악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라고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철저하게 예수의 고난현장을 그림으로써 인간의 죄성을 드러내고 있다. 제작의도에 충실하게 나타나 있듯이 영화에 나타난 폭력·잔인성의 수위는 대단하다. 사전에 단단히 각오하고 극장에 들어섰지만 여러 장면에서 눈을 감아야 했고, 곧바로 눈의 고통을 귀가 대신 짊어져야 했다. 그런데 ‘패션’에 나타난 폭력성을 놓고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 하나는 그동안 예수의 고난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의 막연한 상상을 좀더 구체화 시켰으며, 예수의 고난을 실제적으로 받아들임으로서 관념적인 신앙자세를 벗게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총 상영시간 126분 중 100분을 예수의 수난 장면으로 채웠으며, 관람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 할만큼 잔인성의 수위가 상상을 능가하는 수준. 그동안 예수의 수난 장면을 묘사한 영화 중 가장 `사실적인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패션'이 너무 예수의 고난에만 집착한 나머지 동정녀 탄생이나 부활 등의 신적인 부분은 간소화되고 인간적인 부분만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죄의식'은 불러일으킬지 모르나 오히려 `인정’에 끌리는 감상적인 신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 깁슨은 고행을 성화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신앙 배경에서 출발, 기독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활신앙의 면은 영화 속에서는 많은 부분 묻혀지고 예수의 구원사역의 균형이 깨어져버렸다는 것이다. 또 고난의 12시간을 집중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성경적인 사전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결정적으로 예수의 숨막힐 듯한 고난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영화 구성상으로는 알 수 없게 되어있어 넌크리스찬들에게는 `영원한 비밀'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예수의 고난이 진행되는 중에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이라든지 발을 씻기는 모습, 간음하다 잡힌 막달라 마리아를 사람들의 돌팔매로부터 구해내는 장면 등이 예수의 존재를 설명해 주지만 이 역시 상징적이며, 상당히 절제된 표현법으로 스쳐갈 뿐 예수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돕지는 못한다. 영화 평론가인 유재희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은 “고난에 집중한 것은 잠들어 있는 신앙인들을 깨운다는 의도와 더불어 죄의식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성경지식을 가진 크리스찬들에게는 예수의 고난에 대한 묵상을 도울 수는 있겠지만 넌크리스찬들에게 복음을 제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라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예수의 고난을 과장되게 그림으로써 상업주의식 헐리웃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패션'의 이해를 돕는 책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리 스트로벨·개리 풀 지음/두란노 펴냄)는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도대체 예수를 누가 죽였는가?' `예수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었는가?' `예수는 왜 고난을 당하고 죽어야 했나?' `부활은 무엇을 성취하였는가?' `이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이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자신의 신앙을 고취시키는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은 여러 가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쨌든 십자가의 예수를 그대로 십자가에 매달아 놓을지, 아니면 십자가 예수의 현재를 자신의 삶으로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관객의 몫일 것이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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