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 작품을 쓸 때 기독교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줄까 자문하면서 시작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화를 하나의 도구로 고정시켜놓고 아동 심리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몇 살 또래의 아이들을 겨냥해서 글을 써야 하는지 결정하고, 기독교 기본 진리에 관한 목록을 나열하고 나서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알레고리”를 구상해낸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이것은 순전히 헛소리다. 난 결코 그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은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산을 들고 있는 파우누스, 썰매 탄 여왕, 위대한 사자 등. 처음엔 이것들에 기독교적인 요소는 그 스스로의 방식에 따라 들어간 것 뿐이다. 그것은 기포의 일부였다.” C. S. Lewis, “Somtimes Fairy May Say Best What's to Be Said”, in Of Other Worlds(San Diego:Harcourt Brace Jovanovich,1966),36 C.S.루이스는 19세기 작가이자 목사였던 조지 맥도날드(George MacDonald)의 〈판타스테스 Phantastes, 1858〉를 읽으면서 판타지의 세계가 주는 무한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후 1951년부터 56년까지 C.S. 루이스는 총 7권으로 이뤄진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집필하였다. 이 놀라운 베스트셀러가 해리포터시리즈와 루이스의 막역한 친구이자 문학동지였던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이어 영화화되었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비록 일찍부터 판권을 가지고도 엄청난 제작예산 때문에 엄두를 못 내던 제작자들이 해리포터시리즈의 흥행에 용기를 얻어 뒤늦게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고, 판타지의 특성상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 없이는 영화적 재현의 제약이 불가피했을 터 오랜 기다림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21세기 초반 우리 문화를 강타하고 있는 것은 “환타지”이다. 비록 새로운 것이 아닌 고전을 원천으로 삼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재현하고 즐기는 데 몰입하고 있는 것은 바로 현대인들이다. 그러나 고전이 현대화되는 데는 일정한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이란 근본적으로 “시대정신”에 기인한다. 나니아연대기가 영화화된 방식도 현대적 사유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를테면 `슈렉'의 감독이었으며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만든 앤드류 아담스는 영화가 원작과 얼마나 다른가를 묻는 질문에 “책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나니아 연대기' 말고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 중 원작에 가장 충실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라고 답했다. 이어 기독교권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고 있는 높은 관심을 고려한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가를 물었을 때는 “기독교 사상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나니아 연대기〉가 기독교에서는 성경공부시간에 읽히는 책이고, `아슬란의 부활'이 구세주의 부활에 비유되는 등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가족의 힘'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아이들이 강해지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다. 영화가 폭격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유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하였다. 영화를 보고 나는 감독의 말이 함축하는 정확한 의미를 깨달았다. 이 영화는 가족을 위한 영화이자 해리 포터와 유사한 성장^모험영화이기도 하지만 기독교적 메시지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흥행전략을 묻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대중적인 가족주의를 표방하겠다고 답한 감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원작에 충실하다”는 처음의 답을 뒤집는다. 이 글의 서두에 인용한 루이스의 글은 읽기에 따라서는 나니아시리즈의 기독교적 의도를 부인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는 상상적 재료들을 수집하는 과정에는 기독교적인 기획이 따로 없이 자유로웠던 반면 그가 가지고 있는 믿음이 그 고유의 방식으로 그 재료들을 통일시켜나간 것은 자신의 통제영역 바깥의 일임을 시사하고 있다. 상상은 자유지만 그것이 지시하는 의미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신념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이다. 앤드류 아담스는 루이스의 상상의 재료들을 그대로 가져온다(이것이 그가 “원작에 충실하다”고 말하는 근거이다). 그리곤 자신의 의도대로 재료를 요리한다. 결과물은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다. 영화 `나니아연대기'에는 루이스적 상상력은 있으되 그의 믿음은 증발되어 있다.유재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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