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묵었냐? 영수 엄니 어디갔냐?” “응! 약 묵엇써! 으앙…” 양선이는 우느라고 말을 다 못했다. “오메! 희락이 엄니 왔소?”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서 남평댁 소리가 들려왔다. 영례가 방문을 여니 남평댁이 마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어서 오시요잉!” “아니! 며칠씩 집까지 비우고 뭐시 그러케 바쁘요?” 남평댁은 영례를 질책하듯 말했다. “어따! 미안허요잉!” “희락이랑 만났소? 광주는 시방 어쩝디까? 여그도 시방 군인들이 왔다갔다 하고 날리여라우!” “먼 일이 또 생겼소?” 영례가 물었다. “군인들이 동네까지 들어와서 김치도 얻어가고 밥도 얻어간단 말요! 군인들이 효천역부터 금당산, 동네입구까지 꽉 찼당께라우! 길가에 나가면 탱크에다가 대포까지… 당체 무서버서 광주 가는 길은 못 가요 시방! 근디 어찌께 왔소?” “산 넘어 왔단말요!” “오메! 간도 크요잉!” “군인들이 광주로 쳐들어갈라고 모여있는갑소!” 영례는 남평댁의 말에 별안간 두려움을 느꼈다. 곧 군인들이 움직일 때가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희락이와 광주사람들은 어찌 될 것인가. 영례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남평댁은 영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근래에 동네근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신이 난 듯 말해주었다. “쩌기 영호 아부지가 어저께 리아까에 우유통을 싣고 우유 납품하러 가다가 효천역 부근에서 군인들한테 우유통을 전부 빼앗겼다요. 그런디 군인들이 그 리아까에다 사람 죽은 시체를 몇 번이나 옮기는 일을 창호 아부지한테 시켰는디라우 어떤 장소에다가 시체를 열 사람, 아홉 사람씩 운반해 갖다놓으면 헬리콥터가 나타나 그 시체를 싣고 어디로 가더라면서… 그 일을 하고 와서는 창호 아부지는 정신이 이상해졌써라우! 시방 밥도 못묵고 잠도 못자고 토하기만 한다요!” “시방 광주도 큰일이여라우! 공수들이 쳐들어온다고 사람들이 학생들이랑 방비는 허는디! 공수들이 어떤 놈들이요! 전라도사람 씨 말리겠다고 벼른답디다! 사람 많이 죽을 것이라고 모다 걱정하고 있소 시방!” “여그서도 얘기는 다 들어라우! 전두환이 그놈이 공수들을 뒤에서 조종헌다고 헙디다! 전두환이 그놈이 경상도 놈인디 전라도 놈들 씨 말릴라고 약 먹여 보냈다고 헙디다!” “오메! 앉아서 삼천리네!” 영례는 탄복했다. 진월리 사람들은 듣는 소문도 빨랐다. 아마 광주를 오고가면서 정세를 살피던 마을청년들이 귀띔해준 것 같았다. 전두환이가 경상도출신 공수들을 보내서 전라도사람을 씨를 말리려한다는 소문은 광주에서도 널리 퍼진 것이었다. 그러나 소문은 항상 부풀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영례도 익히 아는 바다. “인자 집에 좀 있으시요잉! 얘들이나 짐생들이 다 배고파 죽것소!” 남평댁은 영례더러 광주에 가지 말라고 했다. “가야헌단 말요! 자식을 거기 놔두고, 광주사람들을 거기 놔두고 나 혼자만 무사하믄 세상 부끄러워 쓰것소!” “오메! 희락이 엄니 아니라도 많아요. 도청 앞에서 금남로까지 사람들이 겁나게 모여 있다고 헙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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