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연합예배 KNCC^한기총 이질감 부각, 그래도 2007 부활절 함께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박경조 주교, 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박종순, 한기총)가 공동주최를 선언하고 함께 준비한 부활절연합예배를 기점으로 그동안의 갈등을 접고 ‘연합’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준비과정도 어려웠지만 예배 진행과정에서 빚어진 일들과 이후 남겨진 과제는 앞으로 연합의 틀이 유지될 것인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워 한국교회 전체의 아쉬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교회의 연합이라는 의미에만 초점을 뒀을 뿐 대형교회 위주의 행사 준비와 진행으로 인해 예년의 부활절예배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결국 한국교회 전체의 부활절연합예배로 만든다는 취지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서로 다른 성격의 기구가 함께하기 위해 마련된 ‘공동 설교문’이 결국 양 기구의 골을 확인하는 것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대립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동설교문은 가톨릭과의 만남이 자유로운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즉부터 예배에 활용해 왔다.
 그러나 복음주의 진영에서 공동설교문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당일 날 설교를 맡은 조용기 목사는 사전에 합의한 공동설교문에서 벗어난 내용으로 설교를 했지만 그나마도 공동설교문을 의식한 것인지 매끄럽지 못한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말이다. 이에 대해 KNCC 측은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연합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나섰고 한기총 측에서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치중해 ‘연합’의 의미를 퇴색케 해서는 안 된다며 공식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여 서로의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예배 장소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뒤처리도 KNCC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의 사과를 받지 않고 부활절연합예배 건은 일치위원회에서 다루되 ‘폭행’ 건에 대해서는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문대골 목사)에 넘겨 적극 대응하기로 함으로써 한차례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일 기독교회관 2층 예배실에서 열린 KNCC 정기실행위원회에서는 단연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고 ‘연합’의 틀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짚을 것은 짚자’는 상반된 의견이 개진됐다.
 이날 각 위원회 보고에 이어 일치위원장이자 부활절연합예배 공동준비위원장이었던 김광준 신부가 부활절연합예배 보고에서 “모든 것을 합의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으나 안타깝게도 합의에서 벗어난 부분이 발생됐다. 특히 공동설교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고했으며, 예배 당일날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고 원만한 진행을 이루지 못한 책임으로 일치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사태가 어렵게 되자 실행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상근 목사는 “부활절연합예배는 KNCC와 한기총의 일치^연대의 출발점이기에 이 틀을 존중해야한다”면서 “부활절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파트너이자 올해 주관을 맡았던 한기총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종남 목사도 “부활절예배준비위원회가 조직돼서 준비하고 진행한 것이니 여기서 나서서 다뤄야 할 것이다. 교회들이 연합해 부활을 찬양한 자리였는데 폭행 문제만 너무 지나치게 다루면 연합사업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원근 목사(기장 총회장)는 이번 부활절연합예배에서 ‘공공성’이 무너졌다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라고 말해 한기총과의 연합의 어려움을 시사했으며,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교회현실의 문제를 바르게 진단하고 바르게 이끌어가기 위해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근상 신부 역시 “부활절에 발생한 폭력은 반신앙적 행위다. 왜 목사가 보디가드를 데리고 단상에 오르는가. 이는 한국교회 전체의 아픔”이라면서 “진정성이 보장돼 있지 않으면 교회도 연합도 아니다. NCC를 탈퇴해야 한다”며 강하게 발언했다. 윤길수 목사는 “조용기 목사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도 예배당일 날 벌어진 사건에 대해 18일 사과문을 KNCC 박경조 회장 앞으로 보냈으나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21일에는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부활절날 KNCC와 여의도순복음교회 마찰 진상’이라는 제목으로 반박자료를 배포했다. 여의도측은 당시 추운 날씨를 고려해 조용기 목사 자리에 방석을 가져다 놓으려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신자에게 KNCC 관계자가 “조용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특별하게 방석을 놓느냐”는 발언이 문제의 발단이었음을 주장하는 한편 주최측의 준비 미흡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더 이상 사과의 뜻이 없음을 내비쳐 사태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한편 KNCC는 지난 20일, 2006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실무를 담당한 한기총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한기총에서는 준비위원장이었던 손인웅 목사가 해외일정 중인 관계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KNCC와 한기총 양측 모두 내년 부활절연합예배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를 경험삼아 2007년 부활절은 좀 더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일고 있다. 대형교회 위주의 흐름을 벗고 명실공히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로 자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단과 교회, 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상징적인 행사 차원이 아닌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모두가 어우러져 부활의 감격을 나누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합의 의미를 살려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기에 앞서 서로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새겨들어야 할 점이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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