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반란… “우리도 꿈이 있다구요!” 지난달 31일 찾은 남부교육센터의 대안학교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치회의가 한창이었다.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짤린 1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곧 있을 시범수업에 발표할 주제들을 정하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옆에서 도와주기만 할 뿐 결정은 학생들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만 할 뿐 이었다. 회의가 중간중간에 끊어지기도 하고 산만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하나 둘씩 배워나가고 있었다. 근로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던 `야학'이 학교를 떠난 10대들의 배움터인 도시형 대안학교로 부상하고 있다. 한해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은 서울에서만 1만5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 학교생활이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아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대안학교로 몰리고 있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야학의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90년대 이후 생계를 위해 노동에 뛰어드는 청소년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근로자 야학이 제도권 교육에 적응치 못하거나 거부하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운영되는 야학은 30여 개이며 이곳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청소년만도 수 백명에 달한다.  또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아예 교육센터 등으로 바꾸는 사례도 종종 있다. 남부 교육센터 역시 그런 경우다. 지난 73년부터 남부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 곳은 현재 야학교실, 한글학교,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대안학교) 등 을 운영하고 있다.  염병훈(40) 교무부장은 “이 곳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제적된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학생들은 빡빡한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만나본 학생들은 의외로 꿈이 명확했다.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백승상(19)군은 고등학교 1학년때 학교를 그만두고 지난 해 7월부터 이 곳 학교에 다니고 있다. 친구 따라 왔다가 이 학교를 다니게 됐다는 백군은 “내 꿈은 컴퓨터 전문가”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실제로 그 곳 컴퓨터실에 있는 컴퓨터는 백군과 학생들이 직접 조립한 컴퓨터라고 한다. 이정아(18) 양 역시 꿈이 미용사다. 한 1년 정도 미용실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윗 사람과 성격이 맞지 않아 그만뒀다고 말하는 이양은 자신이 좀 참았으면 될건데 그러지 못해 나왔다며 꼭 미용사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위에서 보듯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꿈이 확실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을 불량스럽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느낄때마다 화가 난다고 한다. “어른들은 우리가 학교도 안 다니고 하니까 무조건 나쁘게만 보죠. 그런 어른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기도 하죠”하고 백 군은 말한다. 백 군의 말대로 어른들의 편견이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만나본 학생들은 대부분 순수하고 어쩔 수 없는 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말하는 기술은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얕은 수를 부리는 어른들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학생들은 설거지 당번까지 자신들 스스로가 정하면서 미숙하지만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학교의 교칙을 정하고 있었다. 제도권 학교처럼 문서화되고 규격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낸 교칙이 소중한 듯 보였다. 이날 올라온 안건은 수업시간에 떠드는 문제와 학교를 안나오는 학생들에 대한 제재사항.  발언에 나선 이정아 양은 “솔직히 수업시간에 안 떠들 수는 없다. 그러나 안 떠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자꾸 제재를 가하면 학교에 나오기 싫다”고 말했다. 제도권 학교에서 교칙이라는 것에 찌든 학생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반 학교라면 상상도 못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곳 대안학교는 크게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꾸 제재를 가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반발심으로 더 삐뚤어져 나간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설명.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제재도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은 그냥 스스로 나오도록 했다. 이 문제 역시 선생님들은 옆에서 조언만 해줄 뿐 결정은 학생들 스스로가 알아서 했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수업은 10시 30분에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간도 아이들은 일어나기 힘들다. 밤에 노는 버릇이 남아 있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습관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박꼬박 나오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다고 선생님들은 말한다.  염병훈 교무부장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학교를 안 다닌다고 하면 무조건 불량학생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며 “나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왔지만 만나보고 생활해보면 이 친구들도 천상 어린 학생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들의 전문성과 재정문제는 남부교육센타를 비롯한 대안학교들의 고민거리다. 염 교무부장은 “사실 대학교만 나와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좀 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재정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남부교육센터의 경우 1년에 평균 300여 만원을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있지만 몇 달치 건물 임차료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또한 대안교육센터에서 월 100만원 정도의 금액이 지원되지만 그것으로는 운영조차 힘들다. 회비로 한 달에 만원씩을 받기로 돼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회비로 들어오는 수입은 전무하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염 교무부장은 “열악한 재정 때문에 수업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며 “야학을 자원봉사 시설로만 여기지 말고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시설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며 부르짖어 왔지만 몇몇 단체들의 반발로 교육개혁은 요원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일부 어른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학생들의 꿈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오후에는 야간자율학습과 학원까지. 또한 머리 기르지 마라, 염색하지 마라 등의 어른들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학생들을 제한하려고만 하는 기성세대들…. 꼭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공부를 잘해야만 착한 학생은 아닐 것이다. 이런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학생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 된다.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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