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대변하며 그들을 끌어안고 목회하는 임 보 라 목사(섬돌향린교회)

목회자에게 커밍아웃했을 때 반응 싸늘,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신자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왕따, 폭력과 구타…가출, 거리로 내몰리기 일쑤
교회 내 성 소수자 있을 때 ‘존중의 주체 알게 하고, 이야기 들어주라’
 

   
 

퀴어문화축제를 하는 동성애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기도 하며, 혐오와 차별을 일으키는 기독교 인사들을 향해 ‘예수님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동성애자들도 고통받는 자’라며 설득하고 있는 목회자가 있다. 이렇게 동성애자들을 드러내놓고 옹호하고 있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고 1, 중 1학년에 다니는 두 딸 아이의 엄마로서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최근 그와 만나 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 동성애자 입장에 서서 공식적으로 드러내놓고 활동하고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 처음에 고민하지 않았나.
- 제 청소년 시절에 보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안했지만 암암리에 그런 사람이 있어도 놀림거리가 안됐다. 2008년에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서가 나오고 하는 것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독교계가 마치 모두 다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비쳐지면서 기독교 내에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것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천주교, 기독교 단체들이 모였다. 이것이 지금의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의 모체가 됐다. 2008년 1월에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3명의 신학자 및 목회자들과 함께 발제자로 참여해서 동성애의 입장에서 이야기 했는데, 그 보도 이후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다. ‘똑바로 하라’는 얘기였다.

● 2008년부터 이 문제를 더 깊이 보게 됐을 것 같다.
- 성 소수자(임 목사는 성 소수자 범주에는 동성애 뿐아니라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을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이 표현을 썼다)와 성서의 문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고민하고,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서구기독교에서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고, 아시아계에서는 이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세계 흐름과 성서 해석의 과정에서 봤을 때 다른 해석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 현실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됐을 것 같다.
- 2008년 토론회를 기점으로 동성애자 기독교인에게 관심이 갔다. 성수자이면서 기독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성 소수자들의 그룹에 초대 받아 가서 만남이 이뤄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다양했다. 교회에서 커밍아웃을 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신자가 있는가 하면,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동시에 청소년들의 성소자 갈등의 현황을 알아보니 학교에서의 왕따, 가정에서의 폭력과 구타, 가출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처럼 거리로 내몰리는 이들이 심각함을 인지하게 됐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는 당장 실행이 어려웠다. 그래서 진행한 것이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책 집필이다. 이 내용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성서 해석, 현장의 문제, 기독교인과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커밍아웃 못한 자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성애자 중에는 방황하다가 갈등 끝에 하나님과 화해하고 돌아와 커밍아웃 하지 않고 신학의 길을 가는 자들도 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도 많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책 출판기념회가 2010년 향린교회에서 있었는데, 예배당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이 왔다. 추모하는 순서마다 울음마다가 됐다. 공적으로 표출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함께 예배하면서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임 목사의 눈가가 불거졌다).

●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설교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가게에서 물건 파는 것을 거절하면 벌금도 엄청나게 지불해야 한다는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자 기독교는 큰 위기를 느꼈다.
- 서구사회에서 목회자가 주례를 할 경우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그 결혼에 사인도 해야 한다.그래서 주례를 거부할 경우 벌금 문제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다르지 않다. 또 차별금지를 적용할 경우 일단 몇 차례의 권고 끝에 악의적으로 반복될 경우 벌금을 내게 되어 있다. 프랑스개혁교회에서는 원하지 않을 경우 주례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원 취지를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 차별은 평등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요지인데, 그 핵심은 사라지고 벌금얘기만 남아있는 것 같다.

● 기독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현장에서 많이 부딪힐 텐데, 어떤 바람이 있는가.
- 상당히 오랫동안 진통이 갈 것 같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입장 정리들이 조금씩 되는 것 같다. 교회에도 성 소수자가 분명히 있다. 이것을 색안경을 끼고만 보지 말고 나의 문제로, 내 자식의 문제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다행인 것은 동성애자는 무조건 죄인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드러내며 자긍심을 드높이는 행사다. 다름을 인정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취지로 열리는 축제다. 일부 종교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모습이 올해도 여전히 강경했다.

‘모든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한다’는 연대서명을 요청했는데, 1300명의 목회자와 신자들이 서명을 해주고 있다. 이는 많은 부분을 시사해준다.

● 앞으로도 동성애 및 성 소수자를 향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반대 세력과도 어렵겠지만 갭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나.
- 필요한 것 같다. 특히 기독교 내에서도 미국의 경우 동성애를 찬성하는 주들이 꽤 생겨나고 있고, 미국성공회는 성직자가 동성애자이기도 한 현실이다.

우리 현실에서 촉발되고 있는 동성애 등의 문제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서 한계이고,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절실하다. 제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이 올해 100회 총회를 맞아 제7문서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분을 담으면서 저에게도 참여를 요청했다. 우선 속한 교단에서부터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요즘 젊은 목회자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를 듣기 원해 저를 초청하곤 한다. 그런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어려움과 고민, 성서해석의 관점 등을 전하고 있다.

● 성경적으로 ‘동성애- 죄’라는 등식을 대부분 이야기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죄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 죄라고 이야기하는 곳은 7군데(창세기,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레위기, 로마서)에 나타나 있다. 무조건 문자적으로만 보지 말고 고대 근동의 문화에서 해석되어지는 것들을 오늘의 문화 속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소돔과 고모라 얘기는 동성애의 만연 때문에 하나님이 심판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고 탐욕이 가득했기 때문에 멸망한 것이다. 한국기독교가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에 너무 매어 있어 그런 해석을 하는 것 같다.

● 퀴어축제를 보면서 너무 과한 노출 아니냐면서 혐오스러워하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 반동성애 운동하는 이들이 항문 성교를 많이 부각시켜서 혐오감을 갖게 하고 있고, 동성애자는 에이즈에 걸리게 하는 더러운 자라는 것을 강조하니까 동성애자들도 이에 반발해서, 그게 아니라는 차원에서 더 심하게 노출하는 것 같다. 이들이 쇼킹하고 파격적인 방법으로 하게 된 배경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이들이 드러내놓고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 교회 내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 소수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사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이들이 1/10 정도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저와 상담한 어떤 전도사는 작년에 퀴어 축제 끝나고 예배 시간에 동성애자들의 축제를 틀어주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며, 그것을 ‘내가 틀어야 했다. 왜 저런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동성애를 음란한 것으로 이해하고 몰아가는 것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 섬돌향린교회에는 성 소수자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신자와 목회자들이 많다.
- 교사나 상담자, 목회자 중에는 커밍아웃 했을 때 놀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내담자가 입장 정리가 안 돼 있는 경우 한계가 많은 것 같다. 동성애 본인, 부모, 친구, 기독교인 애인 등이 상담을 요청해 와서 많이 만났다.

어떤 신자는 목회자를 믿고 커밍아웃 했는데, 그 목회자는 이해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는 것. 그 순간 ‘내가 창피한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었다.

또 한 명은 그 학생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요청해 와 메일로 상담해왔는데,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스무 살을 앞두고 자살했다. 목사를 잘 따랐던 친구였는데, 커밍아웃 하자 목회자의 얼굴이 180도 달라지면서 ‘회개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사건건 죄라고 하는 얘기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집안에서는 폭력도 당했다. 겨울에 자살하기 전에 여름에 찾아와 상담할 때 ‘출교나 치리’에 대해 묻더라. 교회에서 그렇게 당한 것이다. 몇 번의 자해 시도 끝에 자살했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이름만 대면 아는 큰 교회에 많이 다니고 있다. 그들도 영적 양식을 먹어야 하는 영혼이다.

동성애자들도 하나님의 귀한 영혼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준비돼 있는 목회자라면 커밍아웃을 해올 때 그가 얘기해준 것에 대해 일단 고마워해야 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자들의 경우 레즈비언 커플이나 연인들을 보면서 머리로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슴에서는 잘 안된다는 경우들이 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은 안다. 그렇지만 성적인 정체성만 다를 뿐 같은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할 주체임을 얘기해 준다. 일단 말 걸기를 시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한다. 상당기간 좀 더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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