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3.1운동 100주년 기념 자료집 출판 이모저모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순자 책임연구원
역사에 대한 몰인식 개탄

 

▲ 이순자 박사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의 의미 있는 자료집 출판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구소를 찾은 날, 책임연구원 이순자 박사의 빨갛게 충혈 된 눈에서 가득한 피로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3.1운동과 기독교의 관련성을 알 수 있는 자료집이 미비한 현실에서 기념행사보다는 이 분야의 연구서적을 냄으로써 연구소로서 사명을 다하자는 취지로 자료집(<3.1 독립운동과 기독교 자료집>(전3권), <3.1운동과 기독교 민족대표 16인>)을 기획했지만 출판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어야 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교정교열을 연구소 직원들이 모두 감당하다보니 연일 밤샘작업이 계속되고, 전 직원이 토끼눈이 됐다는 설명. “교계 행사 한 번 치르는데 몇 억을 쓴다는데 출판비 몇 천만 원이 없어서 발을 굴러야 했다”는 이 박사의 푸념은 한국교회의 부족한 역사의식을 향한 질타로 들려 안타까웠다.

△ 3.1운동 100주년에 당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만드신다니 반갑다.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 출판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37년 동안 한국기독교의 역사를 연구해 온 기관이기에 축적된 내용은 많지만 그것을 엮어내는 데는 비용이 필요하다. 그 부분이 늘 어렵다.

특히 <3.1운동과 기독교 민족대표 16인>을 만들면서 필진 16명의 원고료 등 출판비 2천만 원 예산을 세우고 16인이 몸담았던 8개 교회에 협력을 요청했는데 한 곳도 응답이 없었다. 그 중 한 곳은 “관심 없다”고  하더니 얼마 전에 민족대표 2인을 배출한 교회라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치르는 것을 보며 속상했다.

연구소 전 소장이신 이만열 박사가 관계하는 미래교회포럼 관련 교회들이 추렴해서 출판비를 마련해주었다.

<3.1 독립운동과 기독교 자료집>은 연구비와 출판비 전액을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담당해 주셨다. 후원해 주신 교회들에 감사한 마음이다.
 

△ 이만열 박사께서 한 단체 발제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의 면면에 대해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셨다. 한국교회의 역사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은 많이 하지만 3.1운동 정신과 신앙 유산을 이어 받을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의구심이 든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내용에는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3.1운동 100주년에 닥치니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요청한다. 연구자들 피땀 어린 연구 결과물들이 이용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이번에 발간된 자료집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3.1운동 관련해서 기독교의 역할이 크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정리한 자료는 미비했다. 원자료를 통해 그 당시 생생한 소식들을 접하게 된 의미가 크다.

특히 민족대표 16인을 하나로 묶은 자료도 처음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동완, 이명룡, 최성모 등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는 것, 민족대표에 반 이상이 기독교인이었다는 것만 알지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현실에서 이름을 알려주는 것만도 이 책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들은 일회적으로 민족대표로서 독립선언문에 서명만 한 것이 아니라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와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참 열심히 성실하게 시대적 고민을 해가면서 사셨다. 그게 3.1운동 정신이라고 본다.

16인이 주는 울림이 아주 크다. 그분들은 믿은 대로 행했던 분들이었기에 목숨 걸고 민족대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자주독립, 평화, 정의, 그분들이 보여준 길을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느라고 노력했다. 책값도 624쪽 분량에 비해 22,000원으로 저렴하게 매겼다. 교회 재직이나 주일학교 교사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교회에서 메시지를 전할 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이번에 북콘서트 제목을 ‘기독교 민족대표 16인이 한국교회에 말을 걸다’로 정했다. 100년 전 믿음의 선배들이 목숨 바쳐 지키려고 했던 독립된 국가의 모습을 후손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가, 그분들이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한국교회가 그분들에게 말을 걸어서 이 기회에 다시 각성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한 제목이다.

3.1운동 당시 기독교가 주도적으로 역할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말씀대로 정직·청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영적 권위가 교회 성도들에게 실천하는 삶을 살게 했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감동됐던 것이다.
 

△ 3.1운동 정신을 오늘에 잇기 위한 노력, 어떻게 해야 할까?

- 3.1운동 정신이라면 평화와 연대가 가장 크다고 본다.

개화기 때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반제 반봉건,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당시의 시대정신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자주독립이었다. 해방 후에는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국 건설이 과제였다. 이제 우리 시대정신은 평화 통일이라고 본다. 시대적 과제 앞에 한국교회는 보다 실제적인 고민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

또한 16인의 역할 중 큰 부분이 종교간 연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신석구 목사의 경우 정교분리 원칙과 천도교와 함께하는 문제로 마지막까지 고민이 컸지만 나라를 위해서, 우리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 앞에 참여를 결심했다. 지금 우리는 기독교 안에서도 연대가 어렵다. 3.1운동 100주년 행사도 교단별로, 기관별로 따로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 3.1운동 100주년을 지내면서 한국교회가 역사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어보이는데. 역사를 아는 힘은 무엇인가?

-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들이 크다. 특히 한 인물의 생을 바라보면서 많이 느낀다. 민족대표 16인 가운데 훼절한 이들이 있다. 우리가 당시 인물들의 삶을 역사로 살피듯이 이제 100년 뒤 후손들은 우리를 역사로 평가할 것이다. 당대에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이후 나의 삶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역사를 공부할수록 오늘 나의 삶을 추스르게 된다. 그래서 역사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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