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8. 하나님 나라의 비밀(2)

제자 된 우리는 시대에 알맞은 씨와 우리 토양에 알맞은 씨를 잘 선택해서 뿌려야 한다. 이런 씨를 찾아서 뿌릴 수 있는 사람이 비밀을 이해한 제자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하늘나라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며, 필요한 곳에 알맞은 씨를 뿌리고 결실을 거둘 것이다.

드러내야 할 비밀이 없다면 존재의 동력도 없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등불처럼 드러내는 젊은 교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비밀을 듣는 사람들은 두 가지 생각에 빠지기 쉽다. 하나는 우리만이 특별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데서 오는 우월감이다. 또 하나는 그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간직하고 자신들만이 공유하고 싶어 하는 폐쇄적 경향이다. 예수가 비밀이라고 말하는 순간, 제자들 역시 이런 선민의식과 결사의식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주님께서 드디어 우리에게만 하늘나라의 비밀을 알려주시는구나!’

예를 들어 보자. 기업은 두 가지 비밀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영업비밀이다. 이 비밀은 외부에는 끝까지 감추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비밀이 있다. 새롭게 선보일 자동차나 휴대폰은 철저한 비밀 속에 개발된다. 그러나 개발자들에게 그것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그러다 정해진 날짜가 되어 자동차나 휴대폰을 덮은 베일이 벗겨지면 그것은 누구에게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다. 예수가 제자들을 향해 비밀이라고 말한 ‘하나님 나라’의 특징은 이러한 것이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대 아래에다 놓지 않고, 등경 위에다가 올려놓아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보게 한다.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알려져서 환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조심하여 들어라.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로 생각하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누가복음 8:16-18)

우리가 비밀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기업의 영업비밀처럼) 등불을 질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아래에 감추는 것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기업이 신제품을 드러내듯이) 등경 위에서 드러나야 한다. 등불의 속성이 비추는 것에 있다면, 등경 위의 등불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집 안 곳곳을 비출 것이며,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도 비출 것이다. 사실 그런 경우라면 등불이 집 안 등경 위에 있다는 비유 대신, 어두운 길을 찾아가거나 어둔 다락에서 물건을 찾는 사람의 손에 들린 등불을 예로 드는 것이 훨씬 어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등불의 속성을 비추는데 두지 않았다. 예수는 사람들이 그 등불을 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등경 위에 있는 등불은 처음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볼 수 있도록 위치하고 있다. (기업들의 신제품 행사에서처럼) 그 등불이 주인공이 되어 처음 집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환히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비로소 필자에겐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알려져서 환히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말씀의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온갖 세상의 부조리와 사람들의 어두운 면이 등불의 등장으로 드러난다는 것이 아니다. 숨겨 둔 것과 감추어 둔 것은 곧 등불 자체다. 등불이 등경 위에서 빛을 비추게 되면 그 등불은 더 이상 숨겨지거나 감추어 둔 것이 될 수 없다. 처음에 제자들에게만 알려진 비밀이라고 했던 ‘하나님 나라’는 이제는 감출 수 없이 환히 빛나는 등불과 같은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몰래 간직되어야 할 비밀이 아니라 불을 밝히고 자신을 세상 속에 드러내야 할 비밀이다. 물론 그 등불은 집으로 들어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가려진 비밀이겠지만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보게 될 것이며, 그렇게 보고 깨달은 사람들을 통해 이 비밀은 또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더 많은 등불들이 될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가지고 왔다. 그 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이 ‘하나님 나라’는 비밀이었고, 제자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예수와 그의 공동체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그 비밀을 환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수는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로 생각하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이 말씀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속에 언급된 비밀과 연결된다면, 가진 사람은 제자들이며 가진 것은 비밀이다. 비밀을 올바로 이해한 제자들은 더 많은 비밀을 받을 것이며, 비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은 가진 줄로 생각한 비밀마저 빼앗길 것이다.

농부는 시대와 장소를 살펴 가며 뿌릴 씨를 잘 선택할 것이다. 하늘나라의 씨도 마찬가지다. -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씨를 뿌렸지 교회 나오라는 씨를 뿌리지는 않았다. - 제자 된 우리는 시대에 알맞은 씨와 우리 토양에 알맞은 씨를 잘 선택해서 뿌려야 한다. 이런 씨를 찾아서 뿌릴 수 있는 사람이 비밀을 이해한 제자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하늘나라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며, 필요한 곳에 알맞은 씨를 뿌리고 결실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뿌려야 할 씨의 비밀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들의 무지로 인해 무턱대고 아무 데나 똑같은 씨를 뿌려댈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 것을 고집할 것이다. 그들은 오직 전도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씨를 뿌린다. 한국교회는 전도를 열심히 해서 이렇게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공허만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수의 지적은 필자를 놀라게 한다.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로 생각하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다가오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너무나 분명하게 예언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한국교회는 여전히 10년 전의 차나 휴대전화를 팔고 있는 회사와 무엇이 다른가? 그런 회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아니 예전에 이미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드러내야 할 비밀이 없다면 존재의 동력도 없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등불처럼 드러내는 젊은 교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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