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7. 하나님 나라의 비밀(1)

자신이 섬기는 지역과 이웃을 위해 다양한 씨를 뿌리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있다. 누가 이들을 향해 전도하지 않는다고, 열매가 없다고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들이야말로 오늘날 예수가 말한 비밀을 정확하게 이해한 제자들이 아니겠는가?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김명현 목사/선한목자교회

기독교인이라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농부가 밭에 나가 씨를 뿌리면 처음에는 일부의 손실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풍성한 결실을 이룬다는 것쯤이야 다 알 수 있다. 전도와 관련된 한국교회의 과거 부흥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결론은 너무나 확고부동해서 교인이라면 빠져나올 수 없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날 전도에 관한 한 이 말씀은 결코 사실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가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비유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지만, 서구나 지금의 한국교회의 현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말씀을 버려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무지막지하게 전도해야 할까?

사실 제자들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이 비유는 비밀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씨 뿌리는 과정과 결과를 누가 모른단 말인가. 단지 제자들은 그 비유가 지금 그들의 공동체에 뜻하는 바를 정확히 알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 비유의 ‘비밀’이 아닌 ‘의미’를 물었다. 그런데 예수는 제자들을 ‘비밀’로 안내하고 있다.

예수의 제자들이, 이 비유가 무슨 뜻인지를 그에게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유로 말하였으니, 그것은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누가복음 8:9-10)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로 시작된다.(11절 이하) 제자들이 물었던 비유의 ‘의미’를 예수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예수의 비유 설명은 ‘제자들에게만 허락된 하나님 나라에 관한 비밀의 지식’이 아니며,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내용’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유의 뜻풀이 너머에 있는 비밀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이 제자들에게 비밀을 아는 지식을 허락했다고 예수가 말하기 때문이다.

농부가 밭에 나가 씨를 뿌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장소에 따라 뿌리는 씨가 다르며, 시대에 따라서도 뿌리는 씨가 달라진다. 어떤 씨를 뿌릴지는 농부가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찰자에게 그 씨는 비밀인 반면, 농부에게는 전혀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이 비밀은 간직하거나 숨기려는 것이 아니다. 싹이 나오면 무슨 씨인지 드러날 것이며 그 열매도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날 것이다. 농부의 밭을 매일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면 그가 뿌린 씨가 싹이 나고 곧 모양을 갖추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씨 뿌리는 순간에는 농부에겐 알고 있는 사실이 관찰자에겐 비밀이지만, 씨에서 싹이 나오는 순간부터 그 비밀은 개방된 비밀이 된다. 예수가 사람들에게는 가려졌지만 제자들에게는 알려진 비밀이란 이 경우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비밀은 뿌린 씨가 맺는 결실이 아니다. 뿌려지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 즉 씨에 비밀이 있다. 따라서 뿌려진 씨는 단순히 전도만은 아니다. 마더 테레사가 인도의 콜커타 지역에 뿌린 씨, 장 바니에가 뿌린 장애인들을 위한 ‘라르쉬 공동체’의 씨, 그리고 고든 코스비 목사의 ‘구세주의 교회’가 워싱턴 D.C. 외곽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뿌린 씨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간직한 서로 다른 씨였다. 오늘날 한국에도 자신이 섬기는 지역과 이웃을 위해 다양한 씨를 뿌리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있다. 누가 이들을 향해 전도하지 않는다고, 열매가 없다고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들이야말로 오늘날 예수가 말한 비밀을 정확하게 이해한 제자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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