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종교개혁 496주년 본지 지령 1500호 - 대속

원로 목회자에게 묻다 / 유 경 재 목사(안동교회 원로)

개인의 사변이 아닌, 조직신학·역사신학에 근거한 설교가 부족
성장세는 ‘거품’ 확인, 사회 여러 부분에 대해 성경적 모색 절실

△한국교회가 30, 40년대에 비해 숫자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영향력면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인 게 사실이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교회 초창기에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어려운 고난을 이기고 이어져 오다가 해방기를 맞아 많은 혼란기가 있었지만 잘 견디어 왔다. 그 당시에도 신학적인 여러 논쟁으로 말미암아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이승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독교의 세력이 힘을 받으며 정치적으로도 많은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다. 그 이후 4·19 유신체제를 거치면서 기독교는 민주화 운동에 이바지 했다. 상당수 기독교는 침묵하며 그것을 지켜보았지만 일부 기독교에서는 정면으로 유신체제에 맞서며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을 발휘해 왔다. 그 시점에 빌리그래함 대회나 엑스폴로 대회 등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70, 80년대에 교회가 큰 부흥을 이룬 것은 이렇듯 사회의 민주화 열망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김대중 국민의 정부나 노무현 참여정부 시대에 그 헌신했던 인물들이 정치권에서 역할을 발휘했지만 상대적으로 10여 년간의 진보 세력을 견제하려는 정치권의 세력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고, 교회 역시도 그들 보수 진영의 세력들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사회적으로 외면을 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교회의 보수 세력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도 그 시대 무렵부터이지 않나.”

△정치적인 시대적 상황이 교회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건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현 시대 속에서는 교회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치기 보다는 영합하는 경향이 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소외되고 약한 자 편에서 바라보며 고민하기 보다는 교회 성장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을 올렸던 것이 사실이다. 80년대에 교회 성장을 부르짖고 외국에서 공부한 이들이 급증했지만 오히려 그 무렵 직후인 90년대부터 교회 성장은 하향세를 보였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가.
-“말씀이 신학적인 토대 위에서 선포되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조직신학 하나만 제대로 갖추고 있어도 이런 교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신론, 인간론, 창조론 등 하나님의 나라가 죽어서 천국 가는 그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에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선포가 강단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경 한두 구절을 본문으로 설교하더라도 그 시대의 종합적인 것 위에서 읽어내고, 그것을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해석해 전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수 목회자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시대상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교회에 더 이상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신학적인 설교를 말씀하셨는데, 오늘날 신학이 교회와 동떨어진 학문이 되었다는 비판을 생각하면 말씀하신 신학과는 다른 맥락 같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주창한 신학적인 맥락에서부터 근대신학자,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왔던 몰트만 등의 신학자들로 이어지는 신학을 보면 그 시대 상황 가운데서 성경적인 해석이 어떻게 해서 선포되는지 볼 수 있다. 그것을 전문적으로 보지 못하더라도 목회자라면 굵직굵직하게 이어져 내려온 신학적인 흐름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목회자 개인의 성향에 의해 자의적으로만 해석하다보면 큰 줄기 속의 것들을 놓치게 된다. 강단의 메시지들이 그런 위협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WCC(세계교회협의회) 대회가 이제 시작이 되는데, 이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원주의다, 용공주의다 하면서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그렇게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어떤 신학적인 성찰을 해왔는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들은 하지 않고 피상적인 것으로 비판만 한다면 누가 그 목소리를 듣겠는가. 그런 모습이 누구에게 득이 되겠는가.

이번 WCC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로 알고 있다. 생명의 하나님이라는 데 포커스를 맞추어 억눌린 자, 죽어가는 생태계, 아직도 대치 중인 남북한의 상황들을 성경으로 해석해내고 돌파구를 찾는다면 얼마나 기대해 볼 만한 것인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외친 지도 496년이 지났다. 그가 외친 ‘오직 믿음’이라는 개혁의 핵심을 오늘의 한국교회는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그러나 교회가 행위보다는 믿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삶이 어떻든 교회만 다니면 구원을 얻는다고 하고, 성경공부 역시도 열심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모습을 보면 다시 숙고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크리스천들 속에 신앙의 기초인 믿음,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모든 죄를 감당하셨다는 대속의 신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한국교회 신자들은 말씀 공부에 대단히 열심히 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말씀이 예수님의 제자로서 삶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말씀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 신앙인으로 되어버리기 일쑤다. 오늘날 여기저기에서 핵 개발 문제로, 송전탑 문제로, 복지 정책문제로 시위를 하면서 반대정책을 편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크리스천들은 성경적에 근거해 어떤 길이 해답인지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개교회 신자들의 신앙 문제와 함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땅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들 속에서 어떤 것이 성경적인 것인지를 찾고, 그 삶을 살아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예를 들면 영향력 있다는 큰교회들이 큰 건물 짓고, 구제금 얼마 내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 하지 말고, 핵 개발 문제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성찰 있는 결과물을 이 시대를 사는 국민들 앞에 내놓아 봐라, 사회의 눈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교회에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구제하고, 복지관을 세워 그들을 보살피는 것과 함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복지예산을 5%만 늘려도 수십만명이 혜택을 보는데, 그렇게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심 없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를 보면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약한 것 같은데,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교회의 성장은 하향세고, 가톨릭은 상향세라고 한다. 나는 기독교의 성장이 하향세가 아닌 거품이 빠졌다고 본다. 거품이 빠진 것은 어쩌면 다행이다. 거품을 빼고 지금부터 진지한 성찰 가운데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바탕 위에서 말씀이 선포되고, 그 말씀대로 살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거품을 거품으로 보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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